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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하라 책 두권 베스트셀러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민족주의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특유의 반미.반중론을 담은 2권의 저서를 잇따라 출간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나온 '아메리카 신앙을 버려라' 와 '승리하는 일본' 은 연말연시 기간 중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만큼 일본에선 보수 내셔널리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용은 1989년 출간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는 미국이 국가전략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는 것과 중국은 일본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주장이 골자다.

이시하라는 '아메리카 신앙을 버려라' 의 서문에서 "일본은 지금 초조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고 지적하면서 그 원흉으로 미국과 중국을 들고 있다. 그의 미국 비판은 다분히 선동적이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은 왜 불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은 금융자유화라는 미명으로 재팬머니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 하나만으로도 일본은 미국에 의해 수탈당하고 있다고 간단히 결론짓는다.

이밖에 정보기술(IT)분야에서 일본이 미국에 뒤져 있다는 것은 오해이며 인터넷 환경은 오히려 일본이 미국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겨누고 있으므로 경제원조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남아선호 풍조 탓에 앞으로 20여년 후에는 짝을 못 찾은 '잉여 남성' 들이 넘쳐나 중국은 전쟁을 통해 이같은 성비불균형을 해소하려 할 것이라는 논리 비약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이시하라의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일본은 개헌을 통해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자주국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모든 면에서 미국에 이길 수 있는 국가이므로 '미국신앙' 을 버리고 '일본신앙' 으로 개종하라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다.

이런 내용은 굳이 우익이 아니더라도 보통사람들에게는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하라의 책은 일본의 보수주의에 불을 댕기는 '인화물질' 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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