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우리 아동문학 어떻게 흘러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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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판사들이 앞다퉈 아동 도서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동시. 동화로 눈길을 돌리는 시인.소설가들도 많다. 성인들을 위한 시집이나 소설집은 초판으로 평균 2천~3천 권을 찍는데 비해 아동물은 보통 5천권이다.

이렇듯 아동물과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아동도서를 올바르게 이끌 연구서나 비평서는 드물다. 이런 때 나온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元鍾讚.42.사진)씨의 '아동문학과 비평정신' 은 우리 아동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살필 수 있는 통사(通史)로 읽히면서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어 값지다.

"한국의 아동문학은 이를테면 '피노키오적 경향' 보다는 '쿠오레적 경향' 이 우세한 편이며 한국 아동문학의 대표작들은 바로 이 줄기에서 나왔다. 주요 캐릭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해방의 기능보다는 작가의 눈높이에 맞추는 교화의 기능이 더욱 중요시되었던 것이다. 또한 한국의 아이들부터가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는 쉽게 동화할 수 없는 체질이었다. 대다수 아이들은 자유와 일탈을 만끽하려는 평범한 성격의 주인공보다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영웅적인 주인공한테서 자기를 발견하려고 들었다."

총 3부로 엮은 이 책 1부에서 원씨는 한국 아동문학의 기본 성격과 그 흐름을 역사와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살피고 있다. 식민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독재로 얼룩진 우리의 지난 역사가 아동문학을 피노키오 같은 풍부한 공상으로 나아가게 하지않고 용기와 희망과 교훈을 전하려는 쿠오레적 경향으로 나가게 했다는 주장이다.

한국 아동문학을 특징짓는 이러한 사회성과 교육성은 불행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공동선에 대한 희구인 만큼 건강한 징표임에는 틀림없으나 원씨는 아동문학에 대한 통념인 동심주의와 교훈주의는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심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은 어린이들을 현실로부터 차단, 진공 상태에서 파악하는 경향을 지니며 이는 도피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동 없이 교훈만 주입시키려는 것 역시 구체적인 현실을 문제삼지않은 관념적 태도로 원씨는 보고 있다.

2부에는 1990년대에 나온 아동문학에 대한 작품론들을 모았고 3부에는 일제시대 활동한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해 작가론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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