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제주 H호텔의 카지노 매각대금 수십억원을 마카오에서 전달받기로 했다는 정보를 금융권에서 입수하고 확인작업에 나섰다. 정보에는 제주 카지노 매각 과정에서 김 회장이 밀항을 도운 중국 조폭을 소개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2년 전 마카오에서 도박을 하며 알게 된 국내 유명 카지노 운영자 A씨에게 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이던 지난 2일 제주 카지노를 시중가격보다 50억원 이상 싼 11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A씨는 중국의 정킷(Junket) 사업자(카지노 VIP 고객 모집·관리인)를 내세워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국 폭력조직을 소개해 주며 김 회장의 밀항 루트 등을 알아봐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중국 카지노에서 조성한 100억원대의 금액을 마카오에서 중국 현지 정킷 사업자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A씨에게 돈을 받은 뒤 필리핀으로 가서 재기를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3년 전 필리핀에 카지노 호텔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200억원을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해 놓은 데 이어 밀항을 앞두고 200억원을 추가로 필리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은 제주 카지노를 A씨뿐 아니라 다른 2명에게도 매각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급하게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이니 조용히 처리하자”며 A씨 등 3명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한 뒤 밀항을 시도했다. 한편 검찰은 14일 김 회장과 함께 충남 아산의 리조트 운영업체 ㈜소월을 설립한 소동기(56) 변호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차명으로 불법대출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정원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