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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카오서 100억 챙겨 필리핀 가려 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제주 H호텔의 카지노 매각대금 수십억원을 마카오에서 전달받기로 했다는 정보를 금융권에서 입수하고 확인작업에 나섰다. 정보에는 제주 카지노 매각 과정에서 김 회장이 밀항을 도운 중국 조폭을 소개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2년 전 마카오에서 도박을 하며 알게 된 국내 유명 카지노 운영자 A씨에게 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이던 지난 2일 제주 카지노를 시중가격보다 50억원 이상 싼 11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A씨는 중국의 정킷(Junket) 사업자(카지노 VIP 고객 모집·관리인)를 내세워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국 폭력조직을 소개해 주며 김 회장의 밀항 루트 등을 알아봐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중국 카지노에서 조성한 100억원대의 금액을 마카오에서 중국 현지 정킷 사업자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A씨에게 돈을 받은 뒤 필리핀으로 가서 재기를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3년 전 필리핀에 카지노 호텔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200억원을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해 놓은 데 이어 밀항을 앞두고 200억원을 추가로 필리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은 제주 카지노를 A씨뿐 아니라 다른 2명에게도 매각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급하게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이니 조용히 처리하자”며 A씨 등 3명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한 뒤 밀항을 시도했다. 한편 검찰은 14일 김 회장과 함께 충남 아산의 리조트 운영업체 ㈜소월을 설립한 소동기(56) 변호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차명으로 불법대출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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