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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지 않는 엑스포 구경하긴 좋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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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4일 오전 9시 전남 여수시 봉산동의 한 모텔. 카운터 옆쪽에 방금 부착한 듯한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일반실 6만원. 특실 8만원’. 전날보다 3만원씩 낮은 요금이었다. 업주 정모(54)씨는 “밀려들던 손님들이 어제부터 뚝 끊겨 부랴부랴 가격을 낮췄다”며 “6만원에도 손님이 없으면 5만원에라도 방을 줘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수엑스포의 초반 흥행이 부진에 빠지면서 지역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당초 거셀 것으로 예상했던 ‘엑스포 특수’란 말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박람회장 인근인 덕충동 일대 숙박업소와 식당을 제외하곤 시내 어디서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개막 사흘째인 14일 현재 누적 관람객 수는 8만3063명. 당초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가 목표로 잡은 40여만 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조직위는 남은 3개월 동안 관람객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숙박업소와 식당 업주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박람회만 열리면 손님들이 몰려들 것이란 생각에 큰돈을 들여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적은 탓에 숙박료와 밥값을 긴급 인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숙박업소가 밀집한 봉산시장과 여수시외터미널 인근의 숙박업소는 방값을 10만~13만원에서 이틀 만에 6만~8만원대로 낮췄다. 만성리 검은모래해변과 여수유람선터미널 인근의 유명 식당가도 장사가 안 돼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박람회를 앞두고 불거진 여수 지역 상인들의 바가지 논란도 흥행 부진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여수는 ‘비싼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여수는 지난해부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박람회장 건설을 위한 근로자와 박람회 요원 등 2만7000여 명이 밀려들면서 집과 방이 품절 현상을 보였다.

 일부 식당은 메뉴판까지 고쳐 가며 음식값을 30~40%씩 올렸다. 택시기사 김찬희(43)씨는 “일부 업주가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는 바람에 시민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박람회 대목은커녕 예행연습을 했던 5월 5일 이후로는 손님이 없어 사납금도 채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 104개국이 직접 꾸민 국제관도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9년 가장 먼저 참가 의사를 통보했지만 아직 1000㎡ 규모의 전시관을 열지 않고 있다. 내부 혼란을 겪고 있는 리비아도 전시관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조직위는 이날 두 나라의 불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엑스포 참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선 왕의 최종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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