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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혁명' KTX 1년] <상> 달라진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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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전에 있는 공기업에 다니는 김모(42)부장은 요즘 오전 6시면 인천시 부평의 집을 나선다. 승용차로 광명역까지 간 뒤 7시30분 대전행 KTX를 탄다. 50분쯤 뒤 대전역에 도착, 8시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김 부장은 "KTX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말했
다. 다음달 1일로 KTX가 운행 1년을 맞는다.

철도공사에 따르면 2004년 4월 1일 이후 지난 20일까지 KTX를 이용한 승객 수는 2713만 명(연인원)으로 집계됐다. 우리 국민 1.75명 중 한 사람이 KTX를 이용한 셈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2시간40분에 주파하는 최고시속 300㎞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놓았다. 자연히 국민의 생활패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장거리 출장도 당일치기=KTX 정기권 승객은 지난해 4월 753명에서 11월 말에는 159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공사 측은 "정기승차권은 주로 출퇴근용"이라고 설명한다.

현대.LG.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KTX 개통 이후 통상 1박2일이었던 부산.대구.목포 지역 출장을 당일 출장으로 바꾸고 있다. KTX 요금이 일반 열차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숙박비 등을 감안하면 출장경비가 훨씬 절약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다투는 비즈니스를 당일치기로 처리하기에는 KTX만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 숙박업계나 음식점들은 울상이다.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요즘 주말의 평균 숙박예약률이 75%로 지난해보다 5% 정도 줄었다"며 "KTX 개통 전에는 자고가던 승객들이 요즘은 당일로 업무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지방서 공연관람.골프 즐겨=올 1월 중순부터 지난 3일까지 대구에서 공연됐던 뮤지컬 '맘마미아'는 모두 6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이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7000여 명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온 관객이었다.

부산에는 요즘 싱싱한 회를 찾는 수도권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광안리 한 회센터 관계자는 "KTX 개통 이후 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먹으려는 수도권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센터 내 횟집의 매출이 10% 정도 뛰었다"고 전했다. 전남의 무안골프장에는 골프가방을 택배로 부친 뒤 KTX를 이용해 골프를 즐기러 오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시 천안구'=개통 이후 철도이용객 사이엔 'KTX풀'이라는 말이 생겼다. 고속열차 한 칸에 2개씩 마련된 4인용 자리를 공동 구매하는 것이다. 이 좌석은 모르는 사람들끼리 마주보고 갈 경우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정상 좌석보다 37.5%나 할인받는다. 여행을 알뜰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동참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생긴 신조어다.

또 KTX를 이용할 경우 서울과 천안 간을 30분대에 주파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서울 변두리 지역보다도 왕복시간이 덜 걸린다고 해서 '서울시 천안구'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 밖에 특실 승객 중 5% 이상이 외국인이라서 '달리는 지구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별취재팀=김기찬.강갑생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파리=박경덕,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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