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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나현, 본능적으로 도박을 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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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2국> ○·구리 9단 ●·나현 초단

제9보(89~99)=인생살이는 본래 불공정 게임이지만 바둑은 본래 공정 게임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공정한 게임이라도 실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운도 따라야 하고 도박을 걸 수 있는 배짱도 있어야 한다.

 ‘제2의 이창호’라는 나현 초단이 91로 힘차게 끊어 도박을 시작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린하이펑(林海峰),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이창호. 그처럼 신중한 기사들이 전투를 개시할 때는 두 가지다. 하나는 100% 승리를 확신하는 전투고, 다른 하나는 ‘기다림’으로는 영영 기회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다. 나현의 케이스는 후자다. 상변 쪽에 흑은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의 미생마를 가지고 있다.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건 오래된 법칙이다. 그러나 나현은 그 모든 것에 눈을 감고 97로 움직인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지만 본능적으로 ‘도박’을 결심한 것이다.

 97은 처절한 느낌을 준다. 99의 빈삼각은 더욱 강렬하다. 두 점 머리를 얻어맞고 빈삼각으로 움직이는 이 모두가 먼 옛날부터 ‘절대 하지 말라는 짓’에 해당한다(99는 ‘참고도’처럼 움직일 수도 있지만 백 모양이 너무 단단해진다. 99는 A 쪽의 미세한 틈을 보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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