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4사, 신년 벽두 자연다큐로 격돌

중앙일보

입력

KBSㆍMBCㆍSBSㆍEBS 등 지상파TV 4사가 신년 벽두에 자연 다큐멘터리로 격돌을 벌인다. SBS는 5일과 6일 오후 10시 50분에 〈문어의 모정〉과 〈까치의 반란〉을 정병
욱 PD의 연출로 잇따라 선보인다.

수중자연다큐 전문가인 장원준씨가 촬영한 〈문어의 모정〉은 '바다의 포식자' 문어의 모성본능을 담은 프로그램. 천적이 없을 만큼 강한 문어가 어미로서는 한없이 약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어미 문어는 바위 숲 깊숙한 곳에 산란을 하는 순간부터 스스로 약자의 길을 택해 50일 동안이나 알을 끌어안고 꼼짝도 하지 않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는다. 카멜레온보다 더 빠르게 몸 빛깔을 바꿔내는 위장술과 단번에 바닷가재의 예리한 집게발을 무력화시키는 날렵한 사냥술, 그리고 최초로 공개되는 문어의 신방 등이 화면을장식한다.

〈까치의 반란〉은 길조에서 유해조수로 전락한 까치의 생태를 그려낸다. '반가움의 상징'이던 까치가 어째서 과수원의 공적과 합선사고의 주범이 됐는지 생태계의 변화를 추적하는 한편 '감히' 독수리에게 대들고 황조롱이가 잡은 쥐를 가로채려는진기한 장면도 보여준다. 자연다큐 촬영 전문가 임완호씨가 8개월 동안 끈질기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MBC는 7일 오전 7시 10분 〈희귀식물의 보고, 울릉도〉를 통해 시청자들을 '심해선 밖의 한점 섬' 울릉도로 안내한다. 임채유ㆍ조수환 PD와 자연생태정보센터의 현진오 카메라맨은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릴 만큼 희귀 동식물의 보고인 울릉도에서 사계절을 관찰하며 특산식물의 생태를 담았다.

제작진은 울릉도 미기록종인 노랑말오줌나무, 꼬마은난초, 김의난초, 추산쑥부쟁 등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개발의 현장,바닷속의 백화현상, 섬현삼의 멸종 위기 등도 고발한다.

KBS는 MBC와는 반대로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려 백령도ㆍ대청도ㆍ소청도ㆍ대연평도ㆍ소연평도 등 이른바 '서해5도'를 찾았다.

9일과 10일 오후 10시에 1TV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2부작 〈서해5도〉(김서호 연출ㆍ박용환 촬영)는 '분단의 현장'이면서 '생태계의 보고'인 이곳에서 이뤄지는 남북한 동물들의 만남에 포커스를 맞췄다.

봄이 되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백령도에 들렀다가 겨울철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물범의 수중생활을 비롯해 장산곶매의 짝짓기와 새끼 기르기, 바다를 건너 서해 5도에 상륙한 북한 멧돼지의 남한 정착기, 까치 둥지를 빌려 알을 낳는 여름철새 새홀리기의 진기한 생태, 태풍으로 이산가족이 됐던 검은머리물떼새의 극적인 상봉등이 화면 가득히 펼쳐진다.

이에 앞서 KBS는 7일 새벽 오전 1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시간을 통해 〈화려한 문어쇼〉도 방송한다. 다분히 SBS 〈문어의 모정〉을 의식한 편성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지만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채널과 국내 방송사의 수준과 시각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여겨진다.

EBS도 16일 오후 9시 55분 〈잠자리(가제)〉로 방송3사에 도전장을 던진다. 연출과 촬영을 맡은 이가 〈사람의 땅, 생명의 터, 논〉 〈풀섶의 세레나데〉 〈하늘다람쥐의 숲〉 등으로 국내외 방송제에서 숱한 수상경력을 쌓은 이의호 '카메듀서'(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여서 기대를 모은다.

우화(羽化)에서 산란까지 잠자리의 일생과 함께 겹눈의 신비, 투명 날개의 비밀등을 공개한다. 고추잠자리ㆍ밀잠자리ㆍ왕잠자리ㆍ물잠자리ㆍ나비잠자리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잠자리는 물론 황중왕잠자리ㆍ큰별박이왕잠자리ㆍ밑노란잠자리ㆍ꼬마잠자리 등 희귀종의 생태를 담는 데도 성공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