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용병제도에 대한 소고

중앙일보

입력

현 시점에서 프로야구 3인 용병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시기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희망적인 가정을 전제로 프로야구 판을 뒤집어 본다.

지난 2000년 겨울. KBO에서는 구단사장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용병제를 현 2명에서 3명보유로 보강을 하는 방안을 검토, 확정지었다.

이는 갈수록 중요시되는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구단들의 이해타산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 우즈의 경우는 용병제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공케이스로 타구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고, 사장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내의 선수들에 대한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원래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용병제도는 구단 전력의 강화라는 목표하에 시행되었지만, 이것만큼 중요하게 생각되어졌던 것은 기량이 우수한 용병들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그들을 벤취마킹하여 프로야구를 한단계 발전시키자는 의도였다.

특히 작년 메이져리그 타격왕 출신인 삼성의 프랑코는 철두철미한 자기관리로 삼성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의 철학과 가치관 등을 일깨워준 '야구 선구자'라는 평을 듣기도 하였다.

이렇게 용병제도란 구단의 단기전력 상승과 국내선수 기량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용병제도가 3년째를 맞으면서 그 의의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구단들은 운 좋게 잘 데려온 용병들로 인해 단기간 성적상승의 효과가 있자, 국내선수의 기량향상에 대한 투자보다는, 노력없이 그저 돈만 투자하여 팀의 승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용병수입에만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용병 수입을 위해 코치들은 해외를 전전하며 국내선수들을 돌보는 대신 용병들의 옥석을 가리는데 온갖 힘을 허비하고 있고, 구단 프런트들도 국내 선수들과의 연봉협상보다는 용병들의 계약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점차 1군과 2군의 훈련환경이 차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실력으로 만들어 주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1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오늘도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2군선수들에게 구단은 용병에게 들이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투자해 준다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3명의 용병들로 인해 중복된 포지션의 1군선수들도 크나큰 절망감과 실의에 빠질 것이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프로의 세계.

비록 실럭있는 용병들로 인해 그들과 힘겹게 실력 경쟁을 벌이며 점점 향상되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보일 수 있을지 모르나, 국내에 기반을 둔 프로야구가 용병들로 인해 많은 낙오자를 만들고 점점 살벌해 진다는 현실이 슬프다.

KBO와 프로구단들은 다시 한번 용병보유수 제한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3명의 용병들이 그들의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점점 더 치열해지는 용병경쟁과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하는 용병들로 인해 겪는 역효과를 생각하라. 그리고 그들(용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신경쓰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국내선수들의 심정을 헤아려라.

만약 용병들이 떠난다면 어떤 선수들을 1군 경기에 내보낼 것인가.

명문구단으로 가는 길은 용병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대스타로 키우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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