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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사장체제 '한통호' 과제와 전망

중앙일보

입력

4만8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조직인 한국통신 최고 사령탑에 50대 초반의 이상철(李相哲)씨가 선임됨에 따라 한통에 변화과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칠 전망이다.

이계철(李啓徹) 전 사장은 4년의 재임기간에 1만4천여명에 달하는 인력감축과 자회사 분리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완수했고 IMT-2000 및 위성방송 사업권 획득,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 등 외형적 변화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신임사장은 이런 외형적 토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통의 질적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당면한 과제는 크게 ▲한통 민영화 ▲IMT-2000 및 위성방송사업의 성공적 추진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 합병 ▲노사관계 정립 ▲공기업적 체질 극복 등으로 요약된다.

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통 민영화 문제이며 그중에서도 15% 지분을 해외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외자유치 문제이다.

한통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분 15%를 3∼5%씩 나눠 외국업체에 매각, 약 60억달러를 유치할 계획이나 최근 국내 증시침체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지분매각 작업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한통이 비동기식 IMT-2000 및 위성방송 사업권 획득으로 외자유치 협상이 한결 유리해졌다.

여기에다 이 신임사장의 탁월한 협상력이 외자유치 작업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11월 한통프리텔 사장이던 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회장을 직접 찾아가 1시간의 단독면담끝에 2천500억원의 외자유치 계약에 서명토록한 것은 한통프리텔내에서도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일단 외자유치를 통한 지분매각이 성사되면 국내기업에 대한 지분매각 등 한통 민영화 작업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합병은 증시상황에 따라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마케팅부문을 제외한 조직통합은 가속화하면서 현재의 `한지붕 두가족''에서 `한지붕 한가족''으로의 모양새를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통프리텔의 이용경(李容璟) 사장과 이상철 신임사장이 경기고, 서울대 동문선후배라는 점도 두사람이 호흡을 맞추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새로 출범하는 한통IMT의 위상에도 이상철 사장이 한통프리텔 사장 시절 발휘했던 뚝심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시 PCS사업개시 2년여만에 400만가입자를 유치,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최단기간에 최다가입자를 확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다.

이 신임사장은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학위소지자로 엔지니어출신이지만 한통프리텔사장 시절인 지난 98년 한국능률협회로부터 경영혁신대상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는 등 경영능력도 검증받았다.

그러나 `공룡기업''으로 평가받는 거대 공기업의 체질변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한통의 고위관계자는 "하위간부인 과장급 인사에도 정치인, 고위관료 등 요로를 통해 온갖 청탁이 들어온다"면서 "뚜렷한 주인의식이 없는 공기업이라는 한계를 신임사장이 타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통이 여직원 인사를 단행한지 6일만에 해당 직원들의 반발에 밀려 철회한 것도 주인의식없는 한통 경영진의 무소신.무원칙한 행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신임사장은 이같은 공기업 체질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4만5천여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신.구 조화''에도 각별한 배려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학송(朴鶴松) 인력관리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그가 한통 노사관계에서 큰 공을 세웠고 한통조직내에서 `맏형''이라는 점을 고려, 변화와 개혁은 추진하되 신.구조화에도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통신이 이상철 새사장을 맞아 공기업의 묵은 때를 벗고 변화와 개혁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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