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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도 잘 몰라! - 발 킬머(Val Kilmer)

중앙일보

입력

지구의 오염이 극심해진 서기 2025년. 화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인류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산소를 만들기 위해 화성에 이끼를 심는다. 20년후 갑자기 화성의 산소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 원인을 규명하러 케이트('매트릭스(Matrix)'의 여전사 캐리 앤 모스)가 이끄는 탐사대가 최초의 유인 화성탐사를 떠난다.

30일 개봉예정인 '레드 플래닛(Red Planet)'은 현란한 특수효과만 앞서는 요즘 SF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비슷한 소재의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 '처럼 값비싼 특수효과로 뒤범벅된 졸작이 되고 말았고 '사랑이 머무는 자리(At First Sight)'이후 회심의 역전타를 노리던 헐리웃의 문제아 발 킬머(Val Kilmer)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레드 플래닛(Red Planet)'이 아니더라도 발 킬머가 출연한 영화중 70% 이상은 거의 졸작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는 '빌어먹을 놈'에서부터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평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그저 그런 배우로 잊혀질 만도 하건만 깊이 있는 눈망울과 각진 얼굴, 중저음의 독특한 음성을 지닌 이 배우에겐 사람을 끄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헐리웃 에이전트들이 그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한때 꽤 촉망받는 연기자였으며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

1959년 12월의 마지막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발 킬머는 9세 때부터 배우를 지망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자신의 인생항로를 결정했다. 줄리어드 연기학교에 최연소(17세)로 입학한 것을 보면 연기에 대한 재능도 남달랐던 모양. 졸업후 주로 오프 브로드웨이를 통해 연기 경력을 쌓았다.

스크린 데뷔작은 훗날 '사랑과 영혼(Ghost)', '총알탄 사나이(The Naked Gun)'으로 각각 성공을 일군 제리 쥬커, 데이비드 쥬커 형제의 '특급비밀(Top Secret!)'.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영화다. 이후 당대 최고의 흥행사 토니 스콧 감독의 '탑건(Top Gun)'에서 톰 크로즈의 라이벌 아이스 맨으로 등장,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내용이야 뻔하지만 실전을 방불케하는 비행장면이 압권.

88년 출연한 '윌로우(Willow)'는 조지 루카스가 제작을 맡았고 흥행감독인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당시 드림팀이라 불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모험과 환상, 액션, 여기에 SFX 기술을 총망라한 대작이었으면서도 비평과 흥행에서 재난에 가까운 실패를 맛봤다.

이듬해 출연한 '빌리 더 키드(Gore Vidal's Biily The Kid)'는 서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총잡이 중 하나인 빌리 더 키드의 일생을 리메이크한 영화. 이 역시 언론의 비아냥속에 관객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여느 배우들처럼 이제 끝나는가보다 할 때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즈(Doors)'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설적인 록 가수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도어즈(Doors)'는 60년대 미국 청년문화와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 수작. 무덤 속에서 잊혀졌던 록 가수 도어즈를 다시 불러내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발 킬머는 짐 모리슨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까지 불러 '짐 모리슨의 부활'이라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후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붉은 사슴비(Thunderheart)'와 조지 판 코스마토스감독의 '툼스톤(Tombstone)' 출연했다. '툼스톤(Tombstone)'은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의 주인공인 와이어트 어프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 발 킬머는 스크린 역사상 가장 그럴 듯한 닥 할리데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95년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Heat)'에 출연,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역시 같은 해 2대 배트맨으로 발탁돼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에 출연했다. 감독은 팀 버튼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스타일리스트 조엘 슈마허가 맡았다.

이듬해 말론 브란도와 함께 출연한 '닥터 모로의 DNA(The Island Of Dr. Moreau)'는 여러모로 재앙이 겹친 영화. H.G. 웰즈의 원작을 60년대의 명장 존 프랑켄하이머가 감독했지만 공포도, 액션도, 그렇다고 멜로드라마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감독의 교체, 캐스팅 변경, 끊임없는 시나리오 수정, 제작사의 간섭 등이 결국 최악의 졸작을 탄생시켰다.

'세인트(Saint)'는 1928년 레슬리 차터리스의 범죄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 여러모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과 닮았고 박스 오피스에 진입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언론의 평가는 냉담했다. 98년엔 자신의 멋진 음성을 '이집트의 왕자(The Prince of Egypt)'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된 '사랑이 머무는 풍경(At First Sight)'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중견감독 어윈 윙클러가 메가폰을 잡았다. 장애인과 정상인 사이의 사랑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발 킬머의 자연스런 맹인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에도 불구, 헐리웃 기피 인물 1호로 꼽히는 발 킬머. 언뜻 보아도 평범하지 않은 외모만큼이나 그가 걸어온 길도 평탄치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발 킬머 팬클럽
http://www.geocities.com/TelevisionCity/Studio/4885/
http://www.geocities.com/Hollywood/Lot/8328/
http://www.geocities.com/~sorsha/

'레드 플래닛(Red Planet)' 공식 홈페이지
http://redplanetmovie.warnerbros.com/cmp/redplan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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