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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난 덜어줄 크루즈선, 아직도 멕시코에 정박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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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일 오후 1시 전남 여수시 세계박람회장 인근의 해상호텔 부두. 여수엑스포 개막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3만t급 크루즈선을 접안할 수 있는 부두가 텅 비어 있었다. 여수시가 추진해온 해상호텔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크루즈선 입항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당초 크루즈선을 이용한 해상호텔은 여수시가 꺼낸 회심의 카드였다. 숙박시설이 부족한 여수의 특성을 감안해 크루즈선으로 고급 숙박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취지였다. 시와 해상호텔 사업자인 여수엑스포크루즈㈜가 선택한 배는 그리스 선적 ‘크루즈 디 에메랄드’호.

 하지만 계획은 빗나갔다. 1959년 건조된 이 배는 운항한 지 5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었기 때문이다. 또 배의 흘수(수면부터 배 바닥까지의 길이)가 7.1m로, 여수박람회장 3부두의 수심(6.7m)보다 높아 입항조차 어렵다. 결국 시와 사업자는 지난달 30일에야 이 배의 흘수보다 0.5m 낮은 파나마 선적 ‘오션 에메랄드’호(2만3149t)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항 불가 논란이 일었다. 오션 에메랄드호가 항구 이용료와 기름값 등 350만 달러(약 39억원)를 못 내 멕시코의 마사틀란(Mazatlan)항에 억류돼 있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당황한 시와 여수엑스포크루즈㈜ 관계자들은 1일 급히 멕시코로 향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해상호텔을 운영하기 위해 출항 작업을 하고 있다”며 “늦어도 26일에는 여수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고 호텔 운영 사전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해상 크루즈호텔의 정상 운영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여수항과 마사틀란항의 거리가 6000마일이 넘어 한국까지 오는 데만 15일 이상 걸리는 데다 도착하더라도 선박 청소와 외국인 선원 교육 등을 하려면 이달 말까지는 운영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수엑스포크루즈㈜는 28일분부터 예약을 받고 있다. 이 회사 김종욱 부사장은 “ 현재까지 21일 동안의 공급량인 1만1300실이 예약됐다”며 “운항을 둘러싼 소문은 근거가 없고 출항 날짜도 11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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