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김세영 〈사랑해〉

중앙일보

입력

한번에 3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만화가 있다. 허영만이 그림을 그리고 김세영이 글을 쓴 〈사랑해〉란 만화다.

이 만화는 스포츠조선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인데, 우선 재미있다. 2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참 따뜻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왠지 감동적이다. 참 사소한 일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만화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철학적이며, 배울 것이 많은 만화다. 작가란 사람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동서고금의 훌륭한 말들은 다 인용해 글을 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한 가족이다. 남편 석철수, 부인 나영희, 딸 석지우 이렇게 세 가족이 옹기종기 재미나게도 산다.

처음에 나영희와 석철수는 애인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영희는 자기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안 석철수는 조금 뻔뻔스럽다 싶은 느낌이 들도록 청혼을 한다. (뭔가 인심쓰듯)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두 사람. 곧 아이가 태어난다.

이 이야기를 이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 주위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참 단순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것들이 참 감질나게 느낌이 좋다. 거기다 적절하게 나오는 인용구들은 뭔가 찡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부는 싸움도, 화해도 누군가의 말을 빌려와서 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충고를 할 때도 뭔가 멋진 말을 해 준다.

이를테면 결혼하는 것도 두렵지만, 혼자 사는 것도 두렵다는 여자친구에게 '고독이 두렵거든 결혼하지 말라'는 안톤 체홉의 말을 멋지게 해 준다. 늘씬하고 멋진 여자에게 한눈을 팔다가 부인에게 들키면 '지나간 것 그것은 값진 것이다(벌써 지나간 여자라는 뜻)'라는 푸슈킨의 말을 인용해서 화를 풀어준다.
거기다 예쁜 애인을 가진 남자가 부럽다는 남편의 말에 '미인 따위는 상상력이 없는 골빈 남자에게 맡겨라'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하는 부인 앞에서 '골 비어라'라고 외치며 자기의 머리를 쥐어박는 간 큰 짓도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뭐가 재미있는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이 만화를 더욱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말 중에서 필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 잘 사용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술을 파는 사람들, 이 좋은 것을 무엇과 바꾸려 하다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