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보장’ 맡은 예보는 돈 걱정 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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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향후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7일 “저축은행과 관련해 향후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할 계획이 없으며,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을 완화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저축은행과 관련해) 금융안정기금 사용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조성된 공적자금이다. 단기적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를 구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구조조정에서 살아난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앞으로 부실이 발견되면 특별한 지원 없이 상시적으로 퇴출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에 맡긴 예금을 5000만원까지 보장해야 하는 예금보험공사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특별계정까지 만들어 마련한 저축은행구조조정기금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삼화·대전·토마토 등 16개 저축은행에 대한 1,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보는 총 15조7000억원의 저축은행 특별계정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이미 예보가 운용할 수 있는 15조원의 계정한도를 초과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번에 추가로 4개 저축은행이 퇴출되면서 예보의 자금조달이 만만치 않아졌다는 것이다. 예보는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약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선 오는 10일부터 나가는 예금 가지급금으로 4조원이 필요하다. 또 보험금 지급, 저축은행 계약이전 시 순자산 부족분을 메워주는 데 2조원가량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일단 예보는 “은행권에 설정해둔 크레디트라인의 여유분이 10조원에 달해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급증할 이자를 감안하면 자금 상환 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예보는 앞으로 들어올 돈을 예상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미리 쓴 뒤 나중에 들어오는 돈으로 조금씩 빚을 갚아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 자금이 일찌감치 고갈됐다. 이 때문에 예보는 부족분을 조달하기 위해 특별계정 운용기한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18대 국회에서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자금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보는 지난해 일부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매각했지만 이후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서 해당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회사가 손해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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