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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일본의 ‘오버’가 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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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승욱
도쿄 특파원

‘골든 위크(GW)’로 불리는 일본의 대형 연휴가 6일 끝났다. 9일간의 황금 연휴를 시샘하듯 날씨가 심술을 부렸다. 도호쿠(東北) 지방은 폭우 피해를 입었고, 연휴 마지막 날 도쿄 인근 이바라키(茨城)현엔 토네이도까지 덮쳤다. 미·일 정상회담(1일)도 이 기간 중 열렸다. 집권 민주당 총리의 워싱턴 공식 방문은 2009년 정권교체 뒤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인들의 눈을 붙들어 맨 핫뉴스는 따로 있었다. 29일 새벽에 터진 심야 관광 버스 사고다.

 전날 밤 10시 승객 45명을 태우고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를 출발한 버스는 일본 본섬을 종단해 29일 아침 지바(千葉)현의 도쿄 디즈니랜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버스는 오전 4시40분 군마(群馬)현 후지오카(藤岡)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철제 차단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3500엔(약 4만9000원)의 버스비를 내고 디즈니랜드행의 단꿈에 젖었던 승객 7명이 비몽사몽간에 사망했고 나머지는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중국 출신 43세 운전자의 졸음운전. 이 사고의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부는 관광을 모집한 여행사와 버스회사에 대한 특별 감사에 돌입했다. 저가 관광버스 여행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졸음운전의 원인을 두고 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운전사 한 사람이 하루 최대 9시간, 670㎞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한 안전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여행사와 버스회사 간 무리한 저가 입찰 경쟁이 사건의 배경은 아닌지가 연일 도마에 올랐다. 운전사가 규정상 금지돼 있는 일용직 운전자가 아닌지, 출발 전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지, 심지어 운전사의 서툰 일본어가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포인트였다. 언론들은 정치인의 대형 금품 스캔들이나, 항공기 테러사건을 다루듯 이 사건을 다뤘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임은 분명했지만 조금은 호들갑스럽게 느껴질 만큼 안전문제에 대해 일본 사회는 극도로 예민했다.

 얼마 전 북한 로켓 발사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로켓이 오키나와(沖繩)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조차 불투명했지만 “동체와 부품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열도 전체가 들끓었다.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전 훈련이 두 차례 실시됐고, 패트리엇 미사일은 도쿄에도 배치됐다. 오키나와에서 열린 일반인 대상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로켓이 추락할 경우 진행요원들이 노란색 깃발을 들어 선수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경기를 중단시킨다’는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별다른 미동 없이 담담한 서울의 모습을 일본인들은 도리어 신기해 했다.

 충격적인 뉴스들이 넘쳐나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안전 문제엔 상대적으로 너무 둔감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 사회의 꼼꼼함이 도가 지나친 것인지…. 단순히 일본의 ‘오버’라고 넘기자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