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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엿보기] 일본 J-League

중앙일보

입력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 J리그

'당신의 집 앞에도 J리그가 있습니다'

이 말은 1993년 J리그가 출범할 때 축구 잡지를 비롯한 일반 신문, 언론 매체에 나온 광고 문구로, 1993년 일본 광고 대상을 받은 광고 카피다.

당시 이처럼 계속적인 매스컴 플레이와,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등으로 고조된 축구 열기는 스모와 프로 야 구계를 비상사태로 몰고 갈 정도로 엄청났다. 명실공히 1993년 일본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 것이 바로 J리그였던 셈이다.

일본의 J리그는 1993년에 시작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10년이나 앞서 출범한 한국의 K-리그보다 철저한 준비를 한 뒤에 시작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만 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J리그가 한국의 농구처럼 많은 인기를 저변에 깔고 프로로 전환된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일본 축구의 경기력 향상 및 장래를 위 한 치밀한 계획과 준비에 의한 결과였다.

일본에는 J리그 이전에 'JFL'이라는 실업리그가 있었다. 이 실업리그에서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명 스타들이 뛰고 있었는데, 80년대 초 '하얀 펠레'로 불렸던 브라질의 '지코' 선수 또한 JFL에 몸담고 있을 정도였다.

JFL의 준비과정은 철저했다. J리그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폰서와 연고 구장, 또 유소년 팀 팀을 육성해야 하는 조건까지 붙어있었는데 이를 다 소화해냈던 것이다.

어쩌면 팀 창단에 있어서 중간 몇 번의 시행착오가 발생한 한국의 예를 발판 삼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철저한 마케팅의 힘

J리그는 철저한 마케팅에서부터 출발했다. 광고에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1992년 에는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쇼가쿠켄(소학관)에서 'J리그 대사전'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순식간에 재판(再版)에 재판(再版)을 거듭했다.

'J리그 대사전'에는 J리그의 개관이나 팀 소개 등이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 J리그의 출발과 관련한 만화로 설명과, J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에 대한 소개, 또 그 팀의 회원제도, 홈 구장 가는 법 등도 물론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당연히 훌륭한 가이드 북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 다.

이런 마케팅은 프로축구를 유럽보다 늦게 시작한 아시아 지역에선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일본인들은 축구 관련 안내서를 J리그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철저하게 제작하여 배포하면서, 더불어 효과적인 매스컴 플 레이를 병행했던 것이다.

J리그 시작과 더불어 결정적인 축구붐에 기여한 것은 해외 스타 선수들의 대거 영입이었다. 특히 1986년 월 드컵 득점왕이었던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를 나고야 그램퍼스8 팀으로 입단시켰을 때는 절정을 이루기도 했다.

당시 리네커의 입단은 세계적인 화제거리였다. 다른 선수들이 이미 한물 간 선수들이었던 것에 반해 리네커는 아직 팔팔한 나이인데다가 당시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리네커가 J리그로 간다면 리네커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강경 태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리네커는 "나고야 구단이 아들의 불치병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주기로 했다. 전 세계 어느 구단도 그런 제의를 하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명예보다는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택하겠다"라는 선언을 남기면서 나고야로 입단하고 말았다.

물론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편의 아름다운 부성애 드라마를 보여 준 것이다. 당연히 일본인들의 이목이 프로축구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미래지향적인 마케팅 전략

일본인들의 마케팅은 미래지향적이다. 앞서 서두에 말한 '당신의 집 앞에도 J리그가 있습니다'라는 것은 다 분히 야구를 겨냥한 광고 문구이기도 했고, 미래 지향적인 광고 문구이기도 했다.

사실, 일본 프로야구팀들의 연고지는 도쿄-오사카를 연결하는 메갈로폴리스 지대에 집중되어 있었고, 따라서 동경과 그 일대가 대부 분이었다.

당연히 그 외의 곳에 사는 사람들이 프로 스포츠를 보려면 자기 집에서 먼 곳으로 나와야 했으며 TV로만 자기네들의 우상인 교징(巨人,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을 말함) 팀을 보고 그들의 플레이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J리그는 이러한 야구의 사각지대를 노렸다. 즉, 큐슈에서부터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4대 섬 모든 곳에서 프로 축구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고 이것을 곧바로 '당신의 집 앞에도 J리 그가 있습니다' 라는 이미지로 연결시킨 것이다.

광고 문구 그대로 일본의 축구팬들은 자기 집 앞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펼치는 향연을 직접 보고 직접 서포터로서 참가하여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 본프로축구가 대부분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동경'이라는 대형 시장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다.

대신 '중립 경기'라는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초유의 방식을 과감히 도입해서 전 일본인들의 집 앞에 J리그를 착륙시켰 던 것이다.

이 방식은 아주 성공적이어서 한국프로농구는 출범부터, 그리고 한국프로축구는 올 해 들어서 이 방식을 뒤따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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