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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기업주·금융기관 임직원 비리]

중앙일보

입력

최근 국민혈세로 조성된 거액의 공적 자금이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에 재투입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의 부도나 공금 횡령, 금품 수수 등 기업주,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비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있다.

검찰은 지난 9월부터 3개월여동안 실시한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 비리 수사 결과 각종 비리에 연루돼 기업 부실을 초래한 기업주 및 금융기관 임직원등 115명을 적발, 비리 실상을 공개했다.

검찰에 적발된 비리 기업주는 모두 40명으로 뉴코아 김의철 전 회장과 해태 박건배 전 회장을 비롯 범양상선과 한신공영 법정관리인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망라돼있다.

유형별로는 회사 재산 유용 및 은닉 18명, 회사 재산 헐값 처분 등 배임 행위 2명, 고의 부도 2명, 하도급 금품 수수 비리 등 18명이다.

이들은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거나 부도처리된 상태에서도 수십억대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하거나 멀쩡한 회사를 고의 부도처리한 뒤 회사부동산 등을 싼 값에 되사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겼다.

범양상선과 한신공영의 경우 법정관리인이 비자금을 조성,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가 하면 하도급업체 채무를 임의로 갚아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해태전자 허진호 전 사장은 회사소유의 주식매각대금을 조작, 공금 5억4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견 기업주들의 비리도 대기업 못지않았다.
대구지역 중견업체인 ㈜삼룡 대표 오상진씨의 경우 공금 횡령 등으로 기업이 부실해지자 고의로 부도 처리한뒤 처남 명의로 회사 부동산을 싼 값에 사들여 기업을 재설립하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인천 지역 중견업체인 자운엔지니어링 정동주 대표는 지난 95년부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노무비 과다 계상 등을 통해 40억원대 세금을 포탈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다 결국 지난 9월 회사가 폐업했다.

화의중인 의성실업 정화영 회장은 리스가 실제 이뤄지지 않았는데 리스회사로부터 자금 78억원을 불법 대출받았으며 회계 부실 묵인을 대가로 공인회계사에게, 납품 선처 명목으로 한국고속철도공단 간부에게 각각 2천만원과 7천만원을 제공했다.

컴퓨터 보안기 제조.판매업체인 ㈜T.Y.C 김병기 대표는 지난해 농협중앙회와 충일상호신용금고로부터 25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대출 사례비로 농협 퇴계로지점의 서모 차장 등에게 1억800만원을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모회사인 ㈜에덴이 지난 97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미개발 이정규 대표는 하도급 계약서를 조작, 30억6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뒤 개인부동산 매입 등에 유용했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전국 각 지점에 걸쳐 고객 예탁금 횡령이나 불법 대출, 금품 수수 등 비리에 연루됐으며 적발된 75명중 대출 사례금 등 금품 수수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부당 대출 32명, 공금 및 예탁금 횡령 6명, 기타 11명 등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와중에도 일부 부도덕한 기업주 등은 개인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고 거의 예외없이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며 "비리가 있는 한 수사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김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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