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도사들의 '해커 주식회사' 적발

중앙일보

입력

해킹 방지 임무를 맡은 S인터넷보안회사 소속 ''컴퓨터 도사'' 들이 무차별적으로 70여개 사이트를 몰래 해킹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6월. S사가 인터넷사이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타이거팀'' 을 결성하면서부터다.

팀의 지휘는 다수의 해킹 관련 서적들을 쓴 기획이사 김모(26) 씨가 맡았다. 그 휘하에 프로그램 및 해킹 경험이 풍부한 10, 20대 다섯 명이 들어왔다. 고교생을 포함한 10대 세 명도 수습사원 성격의 멤버십 회원으로 합류했다.

이들 중 송모(28) 팀장 등 세 명은 지난 7월 국내의 한 교육기관이 주최한 ''세계정보대회'' 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김이사는 타이거팀에 은행.증권사.보험사 사이트 등의 약점을 찾아낼 것을 지시했다. S사에 점검을 부탁한 업체들(아홉 곳) 도 있지만 의뢰를 하지 않은 회사들도 섞여 있었다. 해킹에 매료된 이들은 70여개 사이트를 차례로 뚫어나갔다.

팀원들은 사이트에 들어가 약점을 찾아내 회사에 보고하고 향후 접속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백 도어'' 까지 설치하는 등 전문가 솜씨를 발휘했다.

팀원 박모(21.여) 씨는 자신을 특차전형에서 불합격시킨 한 대학의 서버에 침입, 자료를 삭제했다.

얼마 전 6백3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물의를 빚었던 고교생 이모(17.수습사원) 군도 모 대학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남겼다.

이들의 행각이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의 안테나에 걸린 것은 두달 전. 경찰은 한 대학 사이트 방호벽에 남아있던 S업체의 해킹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경찰청은 2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金이사 등 다섯 명을 구속하거나 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모(23) 씨 등 네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측이 보안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회사 사이트들을 해킹, 약점을 파악하려 한 것 같다" 고 말했다.

하지만 김이사는 "송팀장 등에게 불법 해킹을 지시한 적이 없다" 고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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