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시류에 편승하는 기업에 고함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필자의 ZDNet 동료인 매리 조 폴 리는 리눅스 후원자들이 몸집 큰 새 친구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IBM, 인텔, 델을 비롯해 전통적인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들이 공개 소스라는 시류에 편승하고 있는데, 리눅스 사용자들이 저항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파멸을 예견한다든지, 아니면 최소한 불평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MS가 리눅스 OS 시장으로 신중하게 진출하고 있는 것을 주시하면서 이 회사의 영향력이 기존의 공개 소스계를 혼란시킬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에 대한 반응은 분명히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두려움은 아니었다.

리눅스가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면, 두려움이 없는 이유도 금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무료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를 향한 움직임과 그와 관련된 세력 변화는 IBM, HP, 컴팩, 썬을 한데 뭉친 것보다 더 크다. 이것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들의 컴퓨터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사회적 운동이다.

만약 여기에 말 그대로 ''공포''가 개입된다면, 공개 소스에 대한 벤더들의 두려움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변동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되돌려주고 있다. GNU GPL(GNU General Public License)을 IT의 마그나 카르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마그나 카르타가 영국 국민들에게 권리를 부여해줬던 것처럼, GPL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 및 자유를 강화시킨다.

상업 컴퓨팅의 현재 상태는 지나칠 정도로 관성에 치우쳐 있어 일단 사용자들이 특정 벤더를 이용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 벤더로부터 빠져 나오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윈도우를 유닉스로 전환하려면 골치를 썩는다. AS/400에서 윈도우로 바꾸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동일한 벤더에 충성하는 것조차도 이를테면, 윈도우 9X를 NT/2000으로, 썬OS를 솔라리스로 바꾸는 경우처럼 위험 부담이나 전환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다.

확실히 단독 벤더 컴퓨팅에 종속되는 것을 높이 평가하거나 심지어 선호하는 IT 매니저들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선택을 두려워하지만, 그런 한계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벤더 교체에 드는 터무니없는 비용을 지적하면서 평범함에 대한 불만을 쉽게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 모두에 걸친 점점 더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공개 소스가 활동 영역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평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개 소스를 사용하면 벤더들이 소비자들을 특정 제조원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가둬놓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공개 소스 세계에서 벤더들이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벤더를 교체할 수 있는 사용자 능력을 얼마나 잘 제한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사용자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따르느냐에 있다.

IT 수입에 대한 이런 논란의 밑바탕에는 GPL이 독점적인 코드 개발 보급을 금지한다는 사실이 있다. 이것은 사업 모델을 독점적 비공개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벤더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일부 벤더들은 GPL을 ''바이러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필자는 GPL이 비윤리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GPL 사용은 벤더들이 경쟁상의 이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치의 개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리눅스가 그것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에게 하나의 도전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폭락하는 리눅스 벤더 주가만 보더라도 이 사실이 입증된다. 하지만 그런 도전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종 사용자들이 벤더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을 때라면 그런 도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GPL 사용의 큰 장점은 기업들 자신을 비롯해 그 누구도 그들의 작품을 인수해 확장시키고 애플이 자사의 OS X 제품 안의 BSD 코드에 하고 있는 것처럼 독점적인 박스 안에 봉해버릴 수 없다는 것을 기업들 스스로 안다는 사실이다.

리눅스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그 규모에 상관없이 이런 거대한 점괘판에 손을 올려 그 운명을 가늠하는 것이 기꺼이 허락될 것이다. 그들은 키를 잡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강하게 밀면 나머지는 더욱 세게 밀어 이에 맞설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려움의 대상이란 말인가? 주류 컴퓨터 벤더들이 리눅스를 두려워해야만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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