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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협 목죄기 극약처방

중앙일보

입력

20일 프로야구 구단들이 선수협 주축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공시한 것은 '선수자격을 박탈하고 옷을 벗기겠다' 는 의미다.

선수협이 사단법인으로 발전하기 전에 주동 세력을 제거,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보유권을 갖고 있다. 자유계약선수 공시는 이 보유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홍현우(LG).김기태(삼성) 등 팀을 골라 계약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와는 다르다.

8개 구단은 이미 담합을 통해 이날 풀린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기로 결의한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선수생명이 끝나고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것이다.

◇ 선수협〓주축 선수들은 지난 15일 8개 구단 주장 모임에서 의견의 일치를 끌어내지 못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총회 개최 여부를 놓고 3개 구단 대표는 찬성했으나 5개 구단 대표가 반대했다.

결국 '자율적 참가로 총회 강행' 이라는 결론 속에 18일 23명의 선수만이 참가한 채 총회가 열렸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6명은 "불이익은 예상했지만 잘라버릴 줄은 몰랐다" 는 입장이다. 이들은 구단에 공시 여부를 확인한 뒤 예상 외로 강경한 대응에 당황해 했다.

◇ 구단〓프로야구 규약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선수들을 설득했고 경고도 전달했다고 한다.

내년 프로야구가 열리지 못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의식, 최후의 방법인 '제거' 를 택했다는 것이다.

구단들은 끝까지 총회를 강행한 선수들의 행동에 강경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3월 8개 구단.선수협.KBO의 3자 회동에서 대표가 참여하는 선수협을 인정하기로 했으나 3개 구단 대표만이 모여 총회를 열었고, 그 모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전망〓선수협 선수들은 이제 시민단체와 연계, 장외에서 법정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동조하느냐가 변수다. 동참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잇다. 반면 구단들은 강경 대응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모 구단은 "사태가 악화돼 내년에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휴직까지 각오하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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