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축구] 히딩크-트루시에 '기싸움'

중앙일보

입력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거스 히딩크(54)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9일 오후 7시부터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본부석 상단에서 대표팀의 마무리훈련을 지켜봤다.

훈련이 끝난 뒤 라커룸을 찾은 그는 열심히 하라는 뜻의 짧은 말로 상견례를 마쳤다.

거장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새 감독을 맞은 선수단에 활기와 자신감이 감돌았다.

히딩크는 밤에는 코칭스태프와 만나 향후 대표팀 훈련 일정을 논의했다.

그는 "언제든지 무슨 의견이든 부담없이 말해달라" 며 열린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히딩크 감독에게 필립 트루시에(46)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트루시에는 한.일 축구 정기전을 앞두고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 히딩크 감독에게 "신념을 굽히지 말고 자신있게 한국 축구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시드니 올림픽 8강.아시안컵 우승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장수(將帥)의 여유와 동시에 은근히 '새 경쟁자' 를 의식하는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다. 이번 한.일전은 2002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트루시에는 동갑인 허정무 감독에게 완승을 거두고 그를 일선에서 밀어냈다.

그러나 제2라운드에서 만난 히딩크는 능력과 경력에서 트루시에가 상대하기 벅찬 '거물' 이다.

일본축구협회의 끊임없는 견제와 질시를 받고 있는 트루시에로서는 '히딩크의 한국팀' 과의 싸움에서 현재의 비교 우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트루시에는 "최근 일본팀이 상승세에 있지만 월드컵을 위해서는 새 선수를 적극 기용해 새로운 형태와 조직을 시험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트루시에는 또 '한물 간 선수' 로 평가되는 미우라 가즈요시(33)를 대표팀에 발탁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미우라의 경험과 근성을 대표팀에 접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극동의 영원한 라이벌 팀을 맡은 '벽안의 장수' 히딩크와 트루시에의 싸움은 바람이 몹시 부는 도쿄에서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