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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 쑹산 34년 만에 다시 열린 하늘길 … 마잉주 꿈 이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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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객기 재취항 축하 물뿌리기 30일 쑹산~김포 노선이 재개통됐다. 이날 대만 쑹산공항에서 서울로 떠나는 중화항공 CI210편에 공항 살수차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첫 비행에 나서거나 새 노선에 취항하는 여객기를 축하하는 전통 의식이다. [사진 대만 교통부 민항공청]

30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쑹산(松山)국제공항. 한국의 티웨이항공 TW7667편이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30분 만이었다. 여객터미널을 향해 움직이는 여객기 위로 공항 살수차가 물을 뿌렸다. 34년 만에 김포~쑹산의 하늘길이 다시 열린 순간을 축하하는 의식이었다. 계류장의 공항 직원들도 잠시 일하던 손길을 멈추고 서울에서 날아온 반가운 ‘손님’을 향해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서울과 타이베이를 잇는 가장 빠른 하늘길인 김포~쑹산 노선이 이날 재개통됐다. 한국의 티웨이·이스타항공, 대만의 에바·중화항공이 주 28편 취항한다.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30일 쑹산공항에서 열린 쑹산~김포 노선 개통식에 참가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만 교통부 민항공청]

 본래 쑹산공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여객기들이 자주 찾는 아시아 거점 공항 중 하나였다. 54년 한국 최초의 민간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KNA)의 첫 국제선 여객기가 이곳을 거쳐 홍콩(香港)으로 갔다. 69년 대한항공의 첫 국제선 항공기가 일본 오사카(大阪)를 거쳐 홍콩·사이공(현 호찌민·베트남)·방콕(태국)으로 가는 길에 들른 곳도 역시 쑹산이었다.

 김포~쑹산 노선은 78년 말까지 운영되다 이듬해 타오위안(桃園)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 한국~대만 하늘길이 김포~타오위안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93년 한국과 대만의 국교 단절로 인해 양 공항 간 정기노선은 사라졌다. 당시 중국 측 압력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한국과 대만 간 정기노선이 부활됐다. 하지만 김포 대신 인천~타오위안이었다. 김포도 밀려난 것이다.

 이렇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김포~쑹산 노선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그 중심에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있었다. 마 총통은 2008년 선거 때 “쑹산~훙차오(虹橋·중국 상하이)~하네다(羽田·일본 도쿄)~김포를 잇는 동북아 황금셔틀 노선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쑹산과 김포공항은 비슷한 점이 많다. 쑹산공항은 79년 ‘국내전용 공항’으로 바뀐 뒤 쇠락했다. 김포공항도 인천공항 개항 이후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둘 다 도심에서 아주 가까운 공항이라는 장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포공항~서울시청은 19㎞, 쑹산공항~타이베이시청은 4㎞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60㎞, 40㎞씩 떨어져 있는 인천·타오위안공항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높다. 특히 시간 절약이 생명인 비즈니스맨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를 먼저 활용하고 나선 건 김포공항이었다. 김포공항은 2003년 일본 하네다를 시작으로 훙차오(2005년)·오사카(2008년)공항 등과 국제선을 복원하며 부활의 날개를 폈다. 마 총통이 쑹산공항의 롤 모델로 김포공항을 삼은 이유다. 마 총통 당선 이후 대만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졌고 마침내 지난해 말 양국 정부는 김포~쑹산 간 정기노선 재개통에 합의했다.

 30일 쑹산공항에 도착한 이종렬(58)씨는 “공항을 오가며 버리는 시간이 적어 2박3일을 꽉 채워 여행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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