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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문화의 화려한 교집합, 터키를 서울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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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스만의 술탄들은 장식을 단 터번을 썼다. 권력이 강화된 17세기엔 다이아몬드·진주·루비·에메랄드로 만든 화려한 장식도 나왔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위해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

 터키의 명언이다. 삶에 대한 치열함이 느껴진다. 터키는 고대 문명의 중심이자 서양 문명의 원류였다. 기독교 문명의 수도이자 이슬람 문명의 수도이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했던 곳, 이곳에서도 핵심은 ‘살아가는 것’이다.

 터키는 우리에게 ‘형제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고려 때 교류했다는 돌궐족이 이들이며, 6·25 때도 다수의 군인이 참전했다. 하지만 물리적·심리적으로 가깝지만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한-터키 수교 55주년을 맞아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기획전을 30일 개막했다. 기원전 3000년경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기의 유물부터 19세기 오스만 제국 시기까지 터키 역사의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재 152건 187점이 소개된다. 앙카라 소재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터키 이슬람 미술관, 톱카프궁 박물관 등 터키 국립박물관 네 곳의 소장품이다.

 황금의 손을 가졌던 미다스 왕의 프리기아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 물병, 철제 무기를 다루며 강성했던 히타이트 제국의 하투실리 1세의 문서 등이 이 지역 고대 문명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톱카프궁박물관 소장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칼, 보석 터번 장식, 보석 장식 커피잔 받침 등은 오스만 제국의 절대 권력자가 직접 사용했던 물품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터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성당의 노을 진 사진으로 공간을 구분하거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닮은 구조물을 전시장 곳곳에 세우는 등 전시 공간 연출에도 신경 썼다. 박물관은 2008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를 시작으로 2009년 ‘파라오와 미라’전 등 세계문명전을 잇따라 연 바 있다.

 김영나 관장은 “터키만큼 여러 문명이 공존하는 곳도 드물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헬레니즘 문명, 초기 기독교 비잔틴 문화, 오스만 튀르크의 이슬람 문화 등 동서 문화의 교류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관한다. 성인 1만2000원. 중·고생 1만원, 초등생 8000원. 1666-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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