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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고 진로 탐색하는 인문경시대회 따라잡기

중앙일보

입력

김현우(하나고 3)군은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알게 돼 진로 계획을 수정했다.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을 노리는 인문계열 학생이라면 인문경시대회를 활용해보자. 입학사정관전형의 평가요소인 비교과활동에 있어 자연계열에 비해 인문계열은 성과물을 눈으로 보여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문경시대회를 활용하면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요구되는 논리력·사고력·언어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으며, 입시에서 자신의 적성과 자질로 제시할 수 있고 동시에 진로를 찾는 이정표로도 삼을 수 있다.

여느 문과 남학생들처럼 저도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글쓰기 대회에 참여한 뒤 꿈과 진로가 바뀌었죠.” 중2 때부터 경영컨설턴트를 꿈꾸던 김현우(하나고 3)군은 고1 때 학교 수행평가로 참여한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대상을 받았다. 이후 각종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진로를 수정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비영리 탐사전문 언론사 ‘프로퍼블리카’같은 언론사를 만드는 것이 김군의 꿈이 됐다.

김군이 그 동안 참여한 글쓰기 대회는 무려 40여 개. 글 쓰는 것이 재미있어 참여하다 보니 대회 유형에 따라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논술대회는 명확한 논리로 지식과 생각을 전달해야 하고, 체험수기나 문예 대회는 정서 전달이 중요해 주변에서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해요.” 논술대회는 전문가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하려면 정보의 깊이가 달라야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수기는 소재를 찾는데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경시대회 참가 횟수가 많아지자 부모님의 걱정도 커졌다. 학교 내신 관리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를 핑계삼아 공부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 김군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자투리 시간엔 수첩을 갖고 다니며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이동하지 않을 땐 공부에 집중했다. 그 덕에 경시대회에 참여한 후 오히려 성적이 과목별로 1개 등급 이상씩 올랐다. “진로를 생각하며 이력을 쌓았다면 경시대회에 많이 참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이력을 만들다 보니 나의 장점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진로도 찾을 수 있었어요.”

인문경시대회는 분야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로 교과 과정을 바탕으로 심화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 중 하나는 경제·경영이다. 전공적성을 드러낼 수 있어 경제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다. 전국고교생경제한 마당은 인문경시대회 중 하나로 단편적인 경제지식이 아닌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정미 연구원은 “교과 과정과 연계된 대회라 경시 대비와 교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경제학원론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회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을 잘 활용하면 어려운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생 생활법경시는 로스쿨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참가한다. 지난해부터 필기와 1박2일 캠프 성적으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대전의 솔로몬로파크체험관에서 숙박을 하며 토론대회와 모둠별 활동을 한다. 법무부 생활법경시 김동진 계장은 “입시에 필요한 이력을 쌓아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법률에 대해 공부하며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캠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독서문화정보개발원 최혜정 연구원은 “관심 분야에 대한 인문경시대회에 참여하면 진로가 명확해지고 학습 능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맞는 경시대회 종류를 선택한 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가늠해 볼 것”을 조언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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