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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홍성원 지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인터넷 교환기) 제조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인터넷 성장을 주도해 오면서,다른 한편으론 인터넷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창업 16년만에 세계 3위의 기업(시장가치 기준) 으로 올라서는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속도를 자랑한다.

한국지사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http://www.cisco.com/kr) 역시 90년대말,특히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인터넷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한국이 ‘메이저 시장’으로 커지자 투자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게 최근 설립한 주문형반도체(ASIC) 관련 연구개발센터다.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밖에 연구소를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시스코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홍성원(55) 사장은 “지난 10년동안 시스코가 인터넷 시장을 주도해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또 어려움에 부닥친 한국경제는 “정보사회의 뉴딜정책 격인 ‘e-정부’를 추진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사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대통령 경제비서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현대전자 부사장(통신부문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정책 ·실무 경험을 쌓아온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다.시스코코리아는 지난 96년말부터 맡고 있다.

홍사장과의 인터뷰는 얼마전 새로 입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5층의 미팅룸에서 했다. 바로 옆 사장실은 가로 세로 3미터 크기밖에 안돼, “손님이 두 명 이상 들어서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장실이 너무 좁아 보인다.
“세계 어디나 똑같다.미국 본사의 회장실도 마찬가지다. 개인 사무실은 13명 이상의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매니저에게만 준다. 그 정도 위치면 직원들과 대화할 공간이 필요한데,그때마다 미팅 룸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하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센터를 만드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어떤 의미가 있나.
“시스코는 ASIC를 많이 쓴다.이를 얼마나 효율적·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연구센터는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테스트하는 방법을 찾는 곳이다.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많고,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며,반도체 사업이 활성화돼 있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우선 3명으로 시작했는데,필요에 따라 규모도 키우고 영역도 넓힐 것이다.”

-올 한해 인터넷 붐이 절정을 이루면서 시스코도 매출증가 등 도약의 계기가 됐을 듯한데.
“그렇다.그러나 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지사의 매출을 공개하는게 회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매출을 공개할 권한은 회장에게만 있다.”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을 두루 경험했는데,우리가 외국기업에서 배울 점은 뭔가.
“미국 기업이라고 다 시스코 같지는 않다.천차만별이다.시스코의 기본 개념은 평등성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회장이나 사장이나 직원이나 다를게 없다.다른 게 있다면 연봉과 스톡옵션이다. 이와달리 한국기업은 인센티브가 사람(기능) 에 있지 않고 타이틀에 있다. 사장이면 승용차와 넓은 방 판공비 비서 등이 있지 않나.우리 회사는 판공비는 필요한 사람이 쓴다. 회사를 위해 적절히 쓰면 된다.”

-본사가 제시한 틀에 묶여 경영자로서 나름대로 색깔을 내기가 어렵지 않나.
“그렇지 않다.본사에서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만 체크한다. 필요에 따라 적당히 변화를 줄 수 있고,많은 부분을 받아들인다. 나는 차도 있고 운전기사도 있는데 회장은 없다. 물론 로컬 컬처화를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시스코 컬러가 없어지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기업경영의 인터넷화도 강조해 왔는데.
“기업 경영을 인터넷화하면 효율이 7∼10배 높아진다.의사결정이 그만큼 빨라진다는 뜻이다.시스코가 10년동안 하다보니 확실히 달라졌다.오프라인 회사를 온라인화하면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

-시스코는 인터넷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는데, 인터넷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5년 내에 우리 생활은 모두 인터넷화된다. 지금은 팩스 ·전화 ·TV ·신문 등이 정보를 얻고 통신을 하는 기초수단인데, 앞으로는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예컨대 시계나 안경에 인터넷이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를위해 시스코가 준비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엄청난 정보량을 보내줄 수 있는 광통신 사업이다.둘째,효과적인 무선통신사업이다.정보량이 크게 늘어나면 주소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5년 뒤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0년동안 회사 가치가 거의 매년 배 정도씩 커왔다. 인터넷 시장은 앞으로도 시스코가 주도할 것이다. 2003년 인터넷 관련 시장 규모가 1천6백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시스코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IT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정보사회의 뉴딜정책이다.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우리나라는 인터넷 관련 각종 인프라가 세계 1∼3등 안에 들 정도로 잘 돼 있다. 데이터베이스도 아주 잘 돼 있다.문제는 수혜자와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e-정부를 만드는 것이고, 뉴딜정책이다. 과감하게 밀어붙이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민간에게 넘길 것은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 벤처들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많이 갖고 많은데, 일거리를 주면 된다. 보석을 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IT업체 ceo중에선 나이가 많은 편인데.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벌써 원로급이다.50대들이 자기관리 하지 않으면 가치가 상실된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이고 가장 주의깊게 봐야 할 회사인 GE의 새 ceo는 44세다. ceo의 나이가 낮아지는 것은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나이를 안먹었다고 막 소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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