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다저스, 박찬호 '얼마 줘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코리안 특급' 박찬호(27)는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2001년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연봉협상을 코앞에 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박찬호의 올 시즌 성적은 18승10패, 방어율 3.27, 탈삼진 217개(내셔널리그 2위)에 타율 0.214(내셔널리그 평균은 0.199).

지난주 박찬호와 입단동기이자 제3선발인 대런 드라이포트(28)와 5년간 5천500만달러에 계약한 다저스는 박찬호의 성적이 드라이포트 보다 높은 반면 가용 재원은 적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

올해 12승9패, 방어율 4.16에 그친 드라이포트는 지난 6년간 39승45패, 방어율4.28이어서 지난 5년간 65승43패, 방어율 3.88에다 이중 4년을 선발로 나와 60승38패, 방어율 3.87을 기록한 박찬호에 견주기 힘들다.

그럼에도 드라이포트는 올 연봉 370만달러의 약 2.4배인 900만달러를 내년에 받게 됐고 제4선발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영입한 앤디 애쉬비(33)도 보너스 150만달러를 포함해 3년간 2천250만달러에 계약했다.

다저스는 따라서 올해 보너스 40만달러를 포함해 425만달러를 받았고 2001시즌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박찬호를 잡아두기 위해 5년이상 다년계약을 원하고 있으나 박찬호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연봉중재를 통해 1년계약쪽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계약이 장기든 또는 1년이든 드라이포트 등과 비교할 때 박찬호 내년 연봉이 1천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내년 팀연봉을 최고 1억1천만달러로 묶기로 한 다저스는 이미 선수 25명중 18명에게 내년에 약 9천4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박찬호에게 1천만달러 이상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고액연봉에 부정적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다저스에 대해 박찬호와의 다년계약이 구단의 5년간 연봉구조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연봉중재를 통해 해결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저스 구단과 박찬호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연봉조정신청에 앞서 내년 1월5일부터 열흘간 협상을 벌인다.

여기서 협상이 결렬되면 2월1일부터 시즌개막전까지 연봉중재가 진행되며 중재자들은 구단과 선수측이 제시한 액수중 하나를 무조건 택하게 된다. 타협액은 없다.

연봉중재 소식통들은 다저스가 박찬호에게 내년 연봉으로 700만-800만달러를,보라스는 다저스에 1천100만달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찬호는 올해 연봉조정신청자격이 있으며 내년 시즌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연봉은 1천만달러를 크게 넘을 수도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25)의 몸값으로 미국 프로 스포츠사상 최고액인 10년간 2억5천250만달러를 받아낸 보라스는 17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회견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박찬호가 잠재적으로 30세미만의 투수로서는 넘버원이라는 사실"이라면서 "투수가 부족한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찬호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포트의 연봉협상도 맡았던 보라스는 "다저스는 고용주고 나는 고용주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를 늘 경청하고 있다"며 "협상때 찬호가 출중한 선수라는 것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보라스는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시장에서 젊고 힘있는 투수들이 얼마를 받았는지를 똑똑히 봤다"면서 뉴욕 양키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8년간 1억2천100만달러에 이적한 투수 마이크 햄프턴을 본보기로 들었다.

햄튼프턴은 지난 5년간 67승39패, 방어율 3.39로 성적이 박찬호와 비슷하다.

케빈 말론 다저스 단장은 "우리는 찬호가 올 시즌에 훌륭한 성적을 냈고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가 찬호를 사랑하는 만큼 찬호가 영원히 다저스와 함께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말론 단장은 그러나 "1년이든 장기 계약이든 (타결이) 힘들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협상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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