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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알고픈 미래 … 열쇠는 데이터에 담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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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23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만년 꼴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를 파격 기용한 뒤 돌풍을 일으키던 2006년.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새 구단주가 2000년 팀을 인수한 뒤 과감하게 투자한 덕에 정규 시즌에는 그런 대로 성적을 올렸지만, 웬일인지 플레이오프(최종 결선)에만 진출하면 맥없이 무너지곤 했다.

딜로이트와 함께하는 Big Data 경영 ②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예측과 최적 해법

궁리 끝에 구단은 선수단 구성과 팀 운용에 MLB 애슬레틱스처럼 새로운 데이터 분석기법을 써 보기로 했다. 통상 단기전 승부처럼 중요한 경기에서는 몇몇 스타급 선수의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돼 있다. 큰 경기일수록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주전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한다. 그런데 막상 정규시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활약상과 이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솜씨를 비교해 봤더니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분석모델을 만들어 예상되는 상대팀 선수들과 맞붙었을 때의 양팀 득점상황을 추정해 봤다. 그 과정에서 상대팀 주전 선수 구성이 전 시즌 주전 라인업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팀의 중심인 덕 노비츠키 이외의 선발 멤버를 모두 바꾸는 파격 진용을 짰다. 그 덕분인지 매버릭스는 매년 발목을 잡았던 숙적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피닉스 선스를 잇따라 물리치고 NBA 결승에 올랐다.

이 사례는 빅 데이터(Big data)의 효용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시사한다. 물론 매버릭스의 경우는 원시적(原始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빅 데이터라 불릴 만큼의 대용량 자료를 분석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근래에는 ‘스포츠 애널리틱스’라고 해서 선수들의 동작 캡처(motion capture)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 분석까지 가미할 정도로 기법이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분석모델 구축’과 ‘시나리오 기반의 최적화’라는 두 가지 큰 과제를 빅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요즘 기업들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목표 달성을 위한 예측 모델링
기업들은 미래를 너무도 알고 싶어한다. 매출·이익은 물론 회사의 명운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시세는 어떻게 변할지, 고객이 신상품에 어찌 반응할지, 올해 매출은 얼마나 늘어날지 궁금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실마리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뿐이다. 이 모두 수요 예측과 밀접하다. 특히 상품의 생애주기 관리 및 판매·운영 계획(Sales & Operations Planning)을 세우려면, 즉 영업·생산 부서가 협의해 최종 생산계획을 수립하려면 수요 예측이 고도화해야 한다. 수요 예측은 여러 나라의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엔 필수 과제다. 하지만 정확한 추정치를 산출해내는 데 골몰해 그 수치의 함의를 읽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소홀한 경향이 있다.

근래 컴퓨터와 시뮬레이션(모의 추정) 기법이 발달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결과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학적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조직 내 체질과 학습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비즈니스 목적이 무엇인지 세워놓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찾아낸 뒤 그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전략적 예측 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매버릭스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자. 빅데이터 분석은 아닐지라도 그 전처럼 선수 기용 결과 중 일부 데이터를 추출해 그 효과를 평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전체 경기 결과 및 상대팀 포함 양팀 선수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팀 감독의 최종 의사결정을 지원했다.

빅데이터 예측 모델링에서 잊지 말 것은 발생 가능성이 큰 하나의 결과를 예상하는 데 만족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안팎 환경 변수의 변화, 특히 경쟁사의 전략대응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상황 시나리오들을 상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맞게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동일한 목적, 즉 승리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동적인 상대방의 대응을 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비즈니스는 같다.

경쟁사 대응 고려한 최적화
코카콜라는 매출 증대 중심의 판매전략을 펴다 보니 2008년까지 아르헨티나 시장 수익성이 악화일로였다. 상당 물량이 적정 마진 없이 판매대에 올랐다. 매출을 늘리려는 소매점 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판매 점포의 40%가량이 이익을 내지 못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 책정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지만 조직 안팎에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까봐 조심스러웠다.

문제 해결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 사업)가 시작됐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의 대형 할인점과 수퍼마켓의 주요 제품 가격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방향을 찾았다. 상품 가격변화에 따른 고객 수요변화를 상품·공급채널·고객군별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수익에 기여하는 가격체계를 다시 수립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할 제품·채널군과 반대로 가격을 인하해야 수익성이 오를 만한 제품·채널군을 파악했다. 184개 제품군에 대해 두 가지 큰 가격전략이 도출됐다.

이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 점은 경쟁사 반응을 주요 변수로 넣은 일이다. 회사 가격전략 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경쟁사의 가격전략 변화를 최적화 모형의 변수에 넣어 6개의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각 시나리오마다 두 가지 가격전략이 가지는 수익효과를 따져본 것이다. 이 결과 총 12개의 예상 모델 중 하나가 적중해 적잖은 수익증대 효과를 봤다. 과학적인 예측에 근거하되 여러 경우의 시나리오에 따라 가장 적합한 분석모델을 만들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빅데이터 분석과 실행의 필수조건이다.

데이터로 승패가 갈린다
활살자재(活殺自在)-. ‘살고 죽는 건 내 하기 나름이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린 김성근 감독이 평소 선수들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승패의 숱한 고비에서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그는 평소 방대한 자료를 뒤적이며 끊임없이 분석하고 자문하는 가운데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김성근식 ‘데이터 야구’는 국내 프로야구팀 운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사에 남을 것이다.

스포츠 경기건 기업 경영이건 승부의 주사위를 신이 들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운에 맡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같은 말을 흔히 듣는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 분석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오롯한 진실은 아니다. 승부는 주사위처럼 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데이터를 벗삼는 데 달려있다.



김성희 딜로이트컨설팅의 데이터 애널리틱스(Data Analytics) 매니저. 삼성카드와 AIA생명에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공급망관리(SCM)영역 등 분석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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