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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비리 휩싸인 파이시티 2015년 완공 가능할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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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경부고속도로 양재IC를 빠져 나오면 복합쇼핑몰 하이브랜드가 눈에 띄고 그 건너편에 9만6107㎡ 크기의 대형 화물터미널 부지가 있다. 이 땅이 인허가 비리에 휩싸인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부지다.

서울시에서 최종 통과된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5층짜리 오피스빌딩 2개동과 연구개발시설 1개동이 들어선다. 오피스빌딩은 최고 높이가 158m나 된다. 한화건설이 서울 성수동에 최근 준공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와 비슷한 높이다.

판매시설로 8층 높이의 백화점•쇼핑몰이 지어진다. 전체 면적이 12만6000㎡로 코엑스의 1.7배, 롯데월드의 1.3배 규모다.

화물터미널 건물도 1개동 건축된다.

이렇게 모두 5개 건물에 전체 면적 75만8606㎡ 크기의 대형 복합유통센터가 들어서는 것이다. 단일 복합유통센터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총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전망은 꽤 낙관적이었다. 이 땅 주변엔 현대•기아자동차 사옥과 LG전자 연구개발센터, AT센터, 코트라 등이 있다. 신분당선도 뚫리면서 대중 교통여건도 좋아지며, 자기부상열차 개통 계획도 있었다. 강남에 새로운 대규모 업무 지역이 형성되는 셈이다.

파이시티는 2010년 상반기 이런 전망을 토대로 대대적인 상가 분양을 위한 신문 이미지 광고를 하기도 했다. 계획대로 됐으면 수천억원의 수익이 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었다.

현 파이시티측 “인허가 비리 우리와 상관없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해 왔던 시행사 파이시티는 현재 파산한 상태다. 인허가 과정이 길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은행 대출 담보 보증을 섰던 시공사(대우자동차판매, 성우종합건설)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월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대출금을 모두 출자전환하고 사업시행권과 부지를 넘겨 받았다. 법정관리 계획에 따라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고, 다시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법정관리를 받기 전 경영진이 인허가 과정에서 생긴 비리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향후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인허가 비리는 현 사업주체와는 관계 없는 일이어서 사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건물 중 2개 선매각, 2015년 말 준공 예정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시공사 참여 조건으로 파이시티의 건물들을 하나씩 ‘선매각’을 하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선매각은 건물을 짓기 전에 미리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파이시티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상대로 사업설명을 했지만 한번 망가진 프로젝트여서 참여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며 “포스코건설이 지급보증을 서지 않는 대신 선매각과 책임준공 방식을 제안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선매각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자산매각 주간사로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이 선정돼 최근 판매시설의 우선매수협상자로 STS개발을 선정했다. 한토신은 직접 오피스 1개동을 매입하기로 했다. 예정가격은 판매시설은 9200억원, 오피스건물이 4565억원이다.

판매시설에는 이미 신세계백화점, 홈플러스, CJ 등이 입점하기로 했다.

한토신은 현재 아직 팔리지 않은 오피스 1개동(4565억원)과 연구개발센터(4565억원) 등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물류•창고시설을 제외한 4개 동이 모두 팔린 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건물은 착공 후 35개월 이내 완공할 계획이다. 대략 2015년 말께가 될 전망이다.

“인허가 수사 확산에 투자자 움츠러들까 우려”

현 파이시티 경영진의 기대처럼 이 계획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인허가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어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내부조사를 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만약 사업계획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발견되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당초 화물 물류시설 부지에서 상업시설을 짓도록 허가해준 2006년 5월과 업무시설을 짓도록 허용한 2008년 8월 도시계획 변경 심의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현재 사업 계획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내부 감사 결과 밝혀진 북한산 우이동 콘도 ‘더 파인트리앤스파’ 인허가 과정에 편법과 탈법이 자행된 것으로 밝혀지자, 공사 중지를 위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이시티 현 경영진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매각의 실무를 맡고 있는 한토신 관계자는 “인허가 비리 수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계약결정을 미루거나 취소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파이시티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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