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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진단 후 맞춤 처방 … 489억 자금 수혈 57개 기업 체질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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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대전충남중소기업청의 기업건강관리스템이 현장에서 기업 애로를 해결해주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기업을 찾아나선 중기청 소속 전담팀의 노력에 기업들은 감동했다. 중기청 김인철 주무관이 한솔테크를 방문해 이운학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청장 김일호, 이하 중기청)이 우수 기술을 보유하고도 자금 조달, 마케팅, 기술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들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금융기관과 각종 경제기관을 찾아 다녀야 했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중기청 직원들이 기업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도움을 받은 기업마다 중기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라고 입을 모았다. 중기청 기업건강관리시스템으로 희망을 얻어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기업들을 찾았다.

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매출은 늘어나는데 사업 규모를 더 늘려야 할지, 어느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할지, 시장 상황도 어려운데 그냥 기존대로 유지해야 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중소기업청 기업건강관리시스템 덕분에 답을 얻었습니다.”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제4산업단지에 있는 ㈜한솔테크 이운학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청 건강관리팀과의 만남을 한마디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한솔테크는 산업·가정용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PBA(PCB Board Assembly)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9년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한 후 1년 만에 두 배 이상(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는 51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신장하고 있다. 제품품질과 높은 기술력을 업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제품 수요가 늘기는 했지만 부품 가격 인하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역량도 부족했다. 특히 거래처가 증가하면서 날로 늘어나는 원재료 구입 비용과 운영자금이 절실했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제품 연구개발 투자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중소기업청의 건강관리시스템을 알게 됐고 건강진단을 신청했다. 중기청은 즉시 경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강관리위원회의를 열어 이 업체에 원부자재 구입대금 1억원과 운영자금 1억원 등 모두 2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아울러 공정 불량률 감소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비롯한 공정혁신 컨설팅으로 치유사업을 진행했다.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성장로드맵도 만들어 개선방향(소규모 R&D 사업, 직원 1인 1특허로 책임경영, 독자제품 개발로 경쟁력 향상, 시설 개선 등)을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도움에 힘입어 지난해 20여 명이었던 직원을 올해엔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아픈 곳이 사라진 건강한 기업이 됐고 이는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있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업체 프로모씨(promo-C) 안종혁 대표이사 역시 건강관리시스템 덕을 톡톡히 봤다. 안 대표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영상장비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안 대표의 목표는 동영상 카메라 장비의 국산화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속만 태우고 있었다.

 그는 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해 창업성장지원자금 1억원을 융자 받을 수 있었고 추가로 기술개발자금 5000만원까지 출연 받게 됐다. 안 대표는 이를 계기로 전국 유통망이 있는 방송장비 유통업체와 장비판매 협약을 갖고 주문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 대만, 중동 지역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이 새겨진 제품도 수출할 계획이다. 안종혁 대표는 “소규모 업체가 자금을 지원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창업 후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고 하지만 문턱이 여전히 높아 상처만 받고 돌아오기 십상인데 건강관리시스템 덕분에 제2의 도약을 꿈꾸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운학 대표는 “기업도 아프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전 예방 개념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싶었다”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책 대부분이 모든 기업에까지 도움을 주지 못해 경제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었는데 이번 지원을 계기로 중기청이 나의 편이 돼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주니 마치 아픈 곳을 치료받아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지역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중소기업청 건강관리시스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기업건강관리시스템은 사람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듯 중소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상태를 진단해 처방전을 발급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하는 수요자(기업) 중심의 지원 시스템으로 지난 2월 15일 첫 도입됐다. 처방이 곤란한 전봇대식 행정규제에 대해서는 행정기관 이첩이 아닌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해 책임지는 동행 해결사 역할을 한다.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 기업건강관리팀 김인철 주무관은 “지난달 말까지 기업건강 진단을 신청한 ㈜한솔테크를 비롯해 모두 57개 기업에게 맞춤형 처방전을 발급하고 정책자금 478억원, 보증 7억원, R&D 4억원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의 체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보증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청 등 지원기관을 개별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기업의 편에 서서 애로사항을 듣고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042-865-6194

 
PCB(인쇄 회로 기판, Printed Circuit Board)=인쇄 및 인쇄 배선, 그리고 예정된 설계치에 따라 공통적인 기자재상의 표면에 가공, 형성된 전통적인 부품 회로

인터뷰 김일호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기업 입장서 역지사지, 발로 뛰는 행정 펼치겠다”

기업경영분석(企業經營分析)이란 국민경제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의 건강상태를 진단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건강한지 아닌지, 건강하지 않다면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검토·분석·진단해본다는 말이다. 김일호 청장이 기업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처방을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기업이 건강해야 지역이 건강하고 지역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그의 철학과 추진 배경,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건강관리시스템을 운영하게 된 계기.

 “글로벌 경제위기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위기는 반복되고 주기도 단축되고 있기에 기업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증가되는 추세다. 사람이 건강관리를 통해 수명이 연장(평균 17년)되듯이, 중소기업도 위기관리역량을 높이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창업기준으로 본 기업의 생존율을 보면 3년 차는 55%, 5년 차는 39%, 7년 차는 32%에 이른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정책자금, R&D 등 개별적인 지원으로 이뤄졌다. 일명 ‘칸막이식’ 운영으로 기업(수요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위기관리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병원식 건강관리시스템인 진단, 처방, 맞춤형 치유방식의 3단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어떤 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창업 후 2년 이상이고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인 일시적 경영애로기업이나 기업성장통을 겪는 곳이 집중 지원 대상이 된다. 올해에는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등) 기업, 전략산업 창업기업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다른 기관에서 펼치는 사업과 다른 점은.

 “정부부처와 유관기관들이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은 지원사업을 신청에서부터 지원까지의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느끼고 있다. 반면 건강관리시스템은 기업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후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처방하고 중기청을 비롯해 중진공, 신보, 기보 등 각 기관에서 시행 중인 30개 지원사업(자금, 보증, R&D 등)을 연계해 상호협력식의 맞춤형 치유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건강관리팀 구성원이 남다르다고 하는데.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 건강관리팀은 경청과 배려를 잘 하고, 마음이 따뜻한 직원들을 배치해 기업인의 답답한 속사정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있다. 인재선발의 기준과 요건으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성품과 됨됨이다. 둘째로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 마지막은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을 커피의 맛으로 비유하자면 모든 커피의 기본인 에스프레소 김지수 과장과, 부드럽고 진한 맛이 어우러진 카푸치노의 이시환 총괄담당관이 있다. 김용천 주무관은 개운하게 일처리하는 아메리카노를 닮았다. 까페라떼와 같이 디자인과 맛이 조화된 김인철 주무관, 신입 공무원인 김익헌 주무관은 아직 볶지 않은 생두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정아 사원은 꼰빠냐처럼 진한 맛과 달콤한 맛을 동시에 보여주는 홍일점이다. 환상의 조합으로 구성된 기업건강관리팀은 열정과 성실, 뛰어난 맨파워를 자랑한다.”

-현장행정을 통해 느낀 점과 향후 계획은.

 “기업인들의 건강한 웃음과 만족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발로 뛰는 행정을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장행정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통에서 비롯되고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는 방식은 사람과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지원사업의 정체성과 추진방향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2월에 도입한 건강관리시스템은 아직까지 보완할 점들이 많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확실하게 처방해 100% 치유 하려면 각 단계별로 전문성을 높이고 다양한 치유사업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치유사업들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지원절차와 자격요건들을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지원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요자를 중심으로 연계 지원할 수 있는 치유사업들을 발굴하겠다. 이를 테면 창업 및 고용효과가 큰 프랜차이즈업종에 대한 지원 사업들을 비롯, 기업 스스로 해야 하는 자체 치유사업을 통해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해결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말씀.

 “반복되는 대내외 경제위기속에서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해 미래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중소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고 백년가업을 달성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이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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