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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재일동포엔 도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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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가 재일동포의 권익향상에 도움이 됐을까. 재일동포 3세인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서승(67·사진) 교수(법학)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분단의 비극과 재일조선인의 역사’라는 강의에서였다.

 서 교수는 “최근 일본의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일본인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도와 한국 분단현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더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식민지 지배의식이 일본인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중앙아시아 동포는 환영하면서 한국 국적이 없는 조총련계 일본동포에 대한 입국을 막는 한국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새로운 동아시아 시대를 열기 위해 인권·평화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1968년 도쿄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이듬해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유학왔다. 그러나 71년 중앙정보부는 서 교수를 포함한 51명의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른바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이었다. 서 교수는 고문을 받던 중 난로에 뛰어들어 얼굴과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 후유증으로 서 교수의 얼굴엔 지금도 화상 자국이 가득하다.

서 교수는 90년 석방된 뒤 한국·일본·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인권·평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구속된 뒤 한참 지나서야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50명을 간첩단으로 엮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후 사회 전체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져있고, 중국 청년들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만 남았다”며 “한국 젊은이들이 새로운 동아시아 시대를 여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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