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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자살 1위' 노량진역 가보니, 이유 있었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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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화면 캡처]

끔찍한 지하철 사고를 막기 위해 역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다. 실제로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으로 투신자살이 몰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하루 12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노량진역은 자살 발생 건수가 제일 높은데도 무방비 상태라고 JTBC가 25일 보도했다.

5년 전 서울지하철 왕십리역 승강장. 속옷 차림의 한 남성이 선로 가까이에서 심상치 않은 행동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어쩔 줄 모른다. 열차가 들어오자 이 남성은 몸을 던졌고 사람들이 놀라 구조를 요청한다. 이후 왕십리역엔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고, 더 이상 투신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3월 부산 구남역. 또 한 명이 역사 선로에 몸을 던졌다. 구조대원들이 안간힘을 써보지만 도리가 없다. 올 들어 부산 지하철에서 이같은 사고가 7건 일어났다. 모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역에서 발생했다.

지하철 안전 사고와 투신 자살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스크린도어. 그 예방 효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까지만 해도 매년 10여명이 자살했던 서울 메트로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자 2010년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스크린 도어 설치율이 20% 정도인 지하철 1호선 등 코레일 관리 구간에선 2010년에만 37명이 자살을 했다. 문제는 자살 방지 효과가 입증이 됐는데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상당수의 도심 전철역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도어가 없는 전철역에선 학생들이 선로로 뛰어내려가 장난을 하는 조마조마한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특히 하루 10만명 넘는 시민이 이용하는데도 스크린 도어가 없어 '최다 자살역'이 돼버린 전철역이 서울 도심에 있다. 출퇴근 시민들과 수험생들로 항상 붐비는 1호선 노량진역이다. 동시에 투신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이 멈추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문 밖으로 나오고, 선로 위에 쓰러진 자살 시도자가 들것에 실려나온다.

노량진역에선 2010년 이후에만 모두 6건의 투신자살이 발생했다. 많아야 2~3건에 불과한 다른 역보다 2배가 많다. 문제는 스크린 도어이다. 하루 10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량진역에서 열차를 타고 내리지만 이처럼 스크린도어가 없어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투신자살 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1호선 노량진 역 앞뒤에 있는 대방, 용산 역사엔 모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그런데 왜 사고발생 1위인 노량진역엔 스크린도어가 없을까. 바로 민자역사 사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노량진역은 민자역사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역입니다. 선로개량사업이 이뤄진다는 얘기거든요. 그랬을 경우에 스크린도어는 다 폐기돼야 한다는 얘기거든요"라고 말했다.

이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건 2002년. 그런데 사업주 비리 등의 문제로 10년째 표류 중이다.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민자역사 사업 때문에 시민들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진솔씨는 "스크린도어가 있는 곳이 많은데 여긴 없다 보니까 철도랑 너무 가깝게 느껴져서 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조민진·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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