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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스스로 숙제’ 첫걸음 떼기

중앙일보

입력

독서록 쓰기 숙제를 할 때 그림으로 느낌을 표현하면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일기쓰기, 독서록 쓰기, 체험학습 보고서 쓰기…. 숙제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인천부평남초 안선모(동화작가) 교사는 “학생들이 가족신문·독서신문 같은 신문만들기 숙제를 특히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신문이라 4절 이상을 콘텐트와 이미지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4절 이상을 주제에 맞게 그려야 하는 포스터 그리기도 어려운 숙제중 하나다. 일기는 엄마들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도와주는 까다로운 숙제로 꼽힌다. 어떻게 하면 숙제를 놀이처럼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안 교사는 “부모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이 스스로 숙제를 할 수 있다는 자존감과 반드시 숙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숙제를 시작할 때 부모가 함께 해 줘 숙제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이 첫걸음이다.

 안 교사는 “숙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상을 줘 학생들이 숙제 때문에 경쟁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어떤 숙제든 멋지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점점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모방부터 시작해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 초등학생들의 숙제 견본을 볼 수 있는 카페나 참고 서적을 활용해 잘된 작품을 모방하는 것으로 지도 방향을 잡는다. 처음에는 따라하기조차 벅차겠지만 연습을 하다보면 스스로 응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생긴다.

글감 없으면 상상·효도 일기

 일기 쓰기는 악기 연주, 줄넘기, 자전거 타기와 같이 연습을 할수록 실력이 는다. 반드시 저녁에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중요한 일이 생겼거나 기억해야 할 일이 일어나면 아침이나 점심, 언제든지 쓸 수 있다.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감 고르기다. 우선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통해 그날 일기의 글감을 찾아본다. 멋진 말, 칭찬의 말, 나를 기분 좋게 한 말을 떠올리거나 그날의 느낌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해 쓰거나 스티커, 사진 등을 이용해 그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일기의 종류만 알아도 일기 쓰기가 훨씬 쉬워진다. 내용에 따라 생활·효도·환경과 날씨·체험·요리·독서·견학·실험·관찰·뉴스·상상 일기등이 있다. 효도일기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쓸 수 있도록 부모가 유도해 효도에 대한 거리감을 떨치게 한다. 효도일기를 쓰기 위해 효도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별한 일이 없고 재밌는 사건이 없어 도무지 일기 글감이 없는 날에는 ‘미래의 내 모습’처럼 ‘상상일기’를 써보게 한다. 안 교사는 “상상일기를 자주 쓰면 현실과 상상을 혼동할 수 있다”며 “상상일기를 쓸 때는 부모가 주제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형식에 따라서는 그림·마인드맵·만화·대화·편지 등으로 나뉜다.

인터뷰 메모 줘 독서록 지도

 초등 저학년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부모가 아이를 인터뷰하듯 책 내용에 대해 육하원칙으로 질문한 뒤 이를 메모한다. 안 교사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메모를 준 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독서록을 쓰도록 지도한다.

 가족신문 만들기는 가족 행사에 아이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함께 신문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발행횟수·발행인·편집인을 정한다. 제목란, 글이 들어갈 곳, 글과 사진이 들어갈 곳 등 구획을 구분한다. 구획별로 어떤 내용이 누가 담당할지 토의해 가족 구성원 각자 가 맡는다. 준비한 내용을 정리해 전체적으로 꾸미는 것이 아이가 맡도록 한다.

 체험학습 보고서는 학교에서 양식을 준다. 사진과 글을 함꼐 이용하거나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는 등 양식에 따라 창의적인 방법으로 작성한다. 안 교사는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귀뜸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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