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가 불렀나 … 무너지는 바르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25일(한국시간)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4강 2차전이 끝난 뒤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1·2차전 합계 2-3으로 탈락했다. [바르셀로나 로이터=뉴시스]

최강 FC 바르셀로나가 무너졌다. 마음의 작은 틈이 판을 망쳤다.

 바르셀로나(스페인)는 25일(한국시간) 홈 경기장인 캄프 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첼시(잉글랜드)와의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바르셀로나는 합계 2-3으로 뒤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 부스케스와 이니에스타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설 때까지 바르샤는 기세등등했다. 전반 40분에는 첼시의 주장 존 테리가 산체스를 무릎으로 가격해 퇴장당했다.

 하지만 방심이 경기를 망쳤다.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과 마스체라노는 전반 추가시간 공격에 가담한 첼시의 하미레스를 놓쳤다. 하미레스는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원정골을 넣었다. 원정골 다득점 원칙에 따라 2-1로 경기가 끝나면 첼시가 결승에 올라가는 상황이 됐다. 후반 첼시는 전원 수비로 나서 필사적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페르난도 토레스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14골을 넣었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바르셀로나는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2008~09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정규리그에서는 1위 레알 마드리드(88점)에 승점 7점 차로 뒤지고 있다. 22일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1-2로 패한 것이 뼈아팠다. 5월 26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아틀레티코 빌바오와 코파 델 레이(국왕컵) 결승전이 무관을 벗어날 유일한 기회다. 2008년 이후 13개의 우승컵을 수집한 바르셀로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위기를 “심리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수원을 이끌고 1999년 전관왕을 차지했다. 이듬해 동기부여에 애를 먹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상을 지키려면 3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현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스포츠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집중력과 의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올시즌 프로야구 삼성이 부진한 것과 한국 양궁대표팀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만 끝나면 기록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김민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