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숙제안은 월드컵축구 16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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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실패,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결승진출 좌절.

빗발치는 여론으로 한국축구가 벼랑 끝에 몰리자 2002년월드컵축구 16강진입 목표를 향해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정부까지 뒤늦게나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라이벌 일본이 이미 `탈아시아'를 선언한지 오래고 중국 또한 급성장하고 있으나 한국 축구만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촉진제가 됐다.

제12회아시안컵선수권대회 결승진출 실패 뒤 허정무 감독의 재계약을 포기한 축구협회는 거스 히딩크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전격 영입키로 했으며 파주에 건립될 트레이닝센터의 기공 테이프도 서둘러 끊었다.

시드니올림픽이나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한국 축구는 개인기 없이는 공격력 강화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지성(교토 퍼플상가), 최용수(제프 유나티이드), 안정환(페루자), 설기현(FC안트워프) 등이 일본프로축구(J-리그)와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무대로 진출, 2002년월드컵축구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듯 하지만 올해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 나나미 히로시, 나카무라 순스케에서 최전방 공격수 다카하라 나오히로, 니시자와 아키노리로 이어졌던 일본의 공격 조직력과 뛰어난 개인기에 미치지 못해 다소 걱정이 앞선다.

또 중국은 비록 3-4위전에서 한국에 패해 `공한증(恐韓症)'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유망선수들을 브라질로 유학을 보내는 장기계획이 열매를 맺어 4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듯 최근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도 2류로 전락했다.

승부에 급급한 현실에서 취약해진 주니어축구의 현실이나 폭넓은 경기인구를 확보하지 못한 것도 또 하나의 걱정이다.

히딩크 축구의 접목은 그런 점에서 월드컵 16강진출이 힘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축구의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네덜란드가 '98프랑스월드컵에서 4위에 그치긴 했으나 히딩크는 PSV 에인트호벤을 이끌며 88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일궜고 86-89년 국내 리그 4연패를 달성한 걸출한 지도자로 한국의 주니어축구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전원공격과 전원수비라는 '토털사커'를 탄생시킨 네덜란드축구가 국내 그라운드에 접목될 경우 히딩크의 영입은 꺼지기 직전의 불씨를 살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느 해보다 추락의 끝이 없었던 한국축구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 바닥이 없어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게 됐다.

월드컵출전 사상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나 한국은 월드컵개최 프리미엄을 얻게된 이상 내년 12월 부산에서 열릴 조 추첨에서 상대국가가 결정될 경우 철저한 분석을 통해 1경기만 승리할 경우 상위 두 팀에게 주어질 16강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 치러질 월드컵축구는 특히 일본과 공동개최하게 돼 개최국간 경기력 경쟁도 뒤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신경이 쓰인다.

객관적인 경기력이나 시설 등 인프라에서 이미 뒤처져있는 마당에 본선 16강 안착에 실패한다면 한국은 `그들만의 잔치'를 볼 뿐 조직위원회를 가동하고도 여전히 변방에 밀려있게 될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용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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