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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허생전’ 읽을 때 화면엔 인형극 … 학생들 눈·귀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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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동고 김수학 교사가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문학 수업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교사용 멀티미디어 교수학습자료 지원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지원하는 자료는 교과 단원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동영상·사진 등은 물론 수준별 평가시험·보조자료·보충수업 자료 등 다양하다. 이를 통해 교사는 수업 준비 부담을 줄여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고, 반별 수업의 내용과 질을 균등하게 유지할 수 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동고 2학년 문학수업 시간. 이날 배운 단원은 연암 박지원이 쓴 한문소설인 ‘허생전’이다. 수업을 맡은 김수학(39) 교사는 일은 하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는 ‘허생전’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문장을 읽었다. 동시에 김 교사가 빔 프로젝트로 제시한 교수학습 자료는 허생전 부부의 갈등을 한 편의 인형극처럼 보여줬다.

 김 교사가 교과서를 읽을 때마다 순서에 맞춰 화면엔 부부를 묘사한 캐리커처가 나타나 말풍선 문장으로 대사를 주고받았다. 학생들은 그 대사를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당시 조선 사회의 배경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김 교사는 허생에 대한 부인의 말(‘책만 읽는 쓸모없는 양반’)과, 세상의 비평(‘훗날 세상을 평정할 인재’)을 한 화면에 대조해 보여줬다. 이어 당시 사회에서 사대부의 비실용적 학문에 대한 불만과 삶에 대한 남녀의 가치관 차이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학생들은 “귀와 눈을 모두 선생님이 제시하는 자료에 몰입하면 되니까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같은 자료로 수업, 반마다 진도·내용 균형 이뤄

김 교사는 “가르치는 반마다 수업 내용과 질을 균등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을 멀티미디어 교수학습 자료 지원 사이트를 애용하는 장점으로 꼽았다. “예전엔 같은 교과서를 사용해도 국어 교사들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달랐다”며 “이는 학생들 입장에선 수업 설명이 서로 달라 불균형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교사용 멀티미디어 교수학습 자료 지원 사이트는 각종 이미지·동영상·사진·음악 등은 물론 평가시험·보조자료·수업지도안 등을 다양하게 지원한다. 교사는 필요한 자료들을 내려받아 자신의 수업 내용에 맞게 재구성하면 된다. 필요하면 편집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사용료는 모두 무료다. 해당 웹사이트에서 교사 인증만 받으면 된다.

평가시험·수업지도안·다큐물까지 폭넓게 갖춰

대교는 이달 초 초·중학교 교사를 위한 교과기반 디지털교육 플랫폼인 ‘티칭랩(Teaching Lab)’을 개설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목별 내용에 맞춰 동영상·사진·플래시 등 멀티미디어 자료는 물론 단원평가, 중간·기말고사 등 평가문항 자료도 수준별로 제공한다. 자료를 자유자재로 편집하고 전자책 형태로 출판할 수 있는 ‘Self-Publishing’ 기능도 갖췄다.

 에디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수업 자료는 다른 교사들과 공유할 수 있다. 대교 미디어사업부문 조영완 대표는 “자료를 공유하면 적립되는 포인트로 대교의 700여 종의 e-Book과 제휴사 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며 “SNS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원연수업체인 에듀니티의 ‘미디어립’은 KBS·MBC·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교과 내용과 관련된 드라마·영화·광고·뉴스·다큐멘터리·연예오락 영상물을 제공한다. 에듀니티 이기택 이사는 “교사가 수업 내용에 맞춰 영상물을 편집 사용할 수 있다”며 “SNS로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미래엔의 ‘선생님 자료실’은 교과서를 PDF·플래시·MP3·CD 등 구현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한다. 이 밖에 천재교육의 ‘T셀파’는 학년별·수준별로 단원평가·수행평가·내신평가 12만 개 문항을 지원한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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