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 때문에 유럽 통합 상징인 자유 통행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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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경 통제를 없애고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은 유로화와 함께 유럽 통합의 양대 상징이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불법 이민을 막는다는 구실로 국경에서의 검문을 재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솅겐조약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덴마크는 조약 역내 국가인 독일·스웨덴과의 국경에서도 입국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독일과 프랑스는 당시 덴마크의 이 같은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랬던 두 나라가 이번엔 입장을 바꿔 통합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국경 통제 부활 필요성을 들고 나와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양국은 이번 주 열리는 유럽연합(EU) 내무장관 회담에서 이 제안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최근 보도했다.

 현재 솅겐조약에는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EU 27개 회원국 중 영국·아일랜드와 불가리아·루마니아·키프로스 5개국이 제외돼 있고, 비(非)EU국가인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위스·리히텐슈타인이 들어가 있다. 외부에서 솅겐조약 국가에 처음 입국할 때만 심사하며 일단 역내에 들어서면 내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SZ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불법 이민자와 조직범죄자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30일간에 한해 임시로 국경 통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스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축구대회나 대규모 국제회의 같은 대형 이벤트 기간뿐 아니라 회원 국가들이 외부에서의 입국자들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할 때도 국경 통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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