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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사기단 잡고 보니 아버지·아들·삼촌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신용불량자들을 울린 기업형 대출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신용불량자 등 서민들에게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현금 인출이 가능한 카드를 발급해 줄 것처럼 속여 선납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문모(33)씨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선모(31·여)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모(39)씨 등 일당 8명을 추적 중이다.

 문씨 등은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동에 합법적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사금융 대부업체 ‘L회사’를 설립한 뒤 신용불량자 등에게 매달 최고 500만원을 쓸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해 준다며 최근까지 1인당 29만6000원씩 5224명으로부터 15억4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서울·인천·경기도 일대 도로변 등에 ‘카드 발급 대행 ’ ‘신용불량 100% 카드 발급’ 등의 문구가 적힌 입간판을 내걸었다. 이어 광고를 보고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통신 신용’이라는 개념을 꾸며내 후불결제· 마이너스통장 식 인출이 모두 가능한 카드를 발급해 준다고 속였다. 그러면서 ‘통신 신용평가’를 해야 한다며 ‘보증보험료’ 명목으로 1인당 29만6000원씩을 받았다.

 그런 뒤 피해자들에게 6만7200원이 입금된 체크카드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신용조회와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으면서도 모든 피해자에게 ‘6만7200원 대출 가능’ 조회 결과가 나왔다고 속였다. 결국 1인당 22만8800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이다. 더구나 피해자들에게 “지금은 신용 한도가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니 우리 회사에서 체크카드로 소액대출을 이용하라”고 유인했다. 이마저도 연 17%의 이율을 적용해 매월 갚도록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항의고객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을 두고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게다가 대표이사 밑에 자금관리·상담팀·광고팀·안내데스크 등 기업형 체계를 갖추고 역할을 분담해 불법 사금융 행위를 해 왔다.

 이들은 고객이 항의하면 “고소할 테면 고소하라”고 윽박질러 소액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또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하면 29만6000원을 즉시 돌려주는 등의 수법으로 처벌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단에는 아버지와 아들·삼촌 등 일가족이 포함돼 있다. 또 택시 기사를 하다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기를 당한 뒤 범행에 뛰어든 사람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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