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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공업 인수한 두산은 어떤 회사인가]

중앙일보

입력

12일 공개입찰에서 한국중공업의 새주인이 된 두산(斗山)은 재계 순위 12위(자산순위)로 올해로서 창업 104년을 맞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지난 1896년 서울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운영하던 박승직씨에 의해 '박승직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 46년 창업주의 장남인 박두병씨에 의해 두산이라는 회사명을 갖게 됐다.

두산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2년 OB맥주를 설립하고 무역업을 시작함으로써 현대적인 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 60년대부터 두산건설, 두산음료, 두산기계, 두산전자 등을 차례로 설립해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두산에 '위기 겸 기회' 가 찾아온 것은 지난 95년. 당시 창립 100주년을 눈 앞에 둔 두산 경영진은 여느 대기업들처럼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경영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국내기업 최초로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구조조정의 1단계작업은 과감한 체질개선과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현금)개선 및 핵심역량 배양을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29개 계열사가 23개로 축소되고 전국에 산재한 보유부동산과 3M, 코닥, 네슬레 등 경영권이 없으면서도 '알짜배기'로 통하던 사업부문들이 과감히 매각됐다. 특히 음료사업의 대명사격이던 코카콜라도 미국측에 양도됐다.

당시 두산의 이런 구조조정작업에 대해 재계는 "갈데까지 간 두산"이라며 동정론까지 폈다. 그러나 두산의 구조조정작업의 진가는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 그대로 입증됐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경쟁력 및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던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군살없는' 체질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산은 제2차 구조조정작업에 착수, 23개 계열사를 ㈜두산, 두산건설, 두산포장, 오리콤 등 주력 4개사로 통합했다. 특히 기업의 가치창조(Value Creation)와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OB맥주의 지분 50%를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에, 양주사업부문 전체를 캐나다의 씨그램사에 각각 매각했다.

이처럼 일련의 구조조정작업 결과 두산은 작년말 현재 자산 7조6천449억원(자본금 7천881억원.부채 4조6천896억원)에 매출액 3조6천532억원(당기순익 5천908억원)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한중 인수로 두산은 자산규모가 11조6천억원에 이르러 재계 8위로 껑충 뛰어올라 재계의 판도 변화마저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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