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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공업 인수한 두산의 힘]

중앙일보

입력

"음료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회장 대접도 제대로 못 받았다."

두산 박용오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한국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朴회장은 "한국에서는 그래도 제조업을 해야 '그룹' 으로 평가받지 않느냐" 면서 "그동안 팔만한 것들을 다 팔아 유동성이 풍부하며 한중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기업군을 이끄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두산은 자산 3조6천억원의 거대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함으로써 재계 순위가 12위(자산기준)에서 8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 일찍 시작한 구조조정의 결실〓두산이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창업 1백주년을 일년 앞둔 1995년.

29개 계열사를 23개로 줄였고, 그룹의 출발점인 OB맥주 영등포공장 부지까지 팔았다. 3M.코닥.네슬레.코카콜라 등에 있던 지분도 대부분 매각했다.

당시 재계에는 '두산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이라며 동정을 보내기도 했으나 당시 박용성 회장(현 대한상의 회장)은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 라는 '걸레론' 을 펴며 돈되는 사업도 매각했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후 2차 구조조정에 착수, 23개 계열사를 두산.두산건설.두산포장.오리콤 등 주력 4개사로 통합했다.

두차례의 구조조정 결과 96년 6백8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말 1백59%로 낮아졌다.

두산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국중공업 인수에 나섰으며, 지난달 말 한중 창원공장의 현장실사에 47명의 전문가를 투입할 정도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두산 김진 상무는 "기계.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한 경험과 구조조정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안에 한중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 이라고 강조했다.

◇ 넘어야 할 산도 많아〓두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발전설비 시장의 경영환경이 바뀌었다.

90년부터 6년동안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로 한중이 국내 발전설비 시장을 독점해 이익을 늘렸으나, 96년부터 경쟁체제가 되면서 이익이 줄었다.

95년 1천7백33억원을 기록한 순이익이 지난해에는 2백65억원에 그쳤다. 더구나 한중이 발전설비를 납품하는 한국전력이 6개 회사로 분할돼 매각될 예정이다.

국내에 화력발전소를 더 많이 지을 가능성이 적어졌고, 짓는다 하더라도 한중이 독점적으로 발전 설비를 공급하는 시대는 지났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핵심 기술은 GE.웨스팅하우스 등 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한중이 참여하더라도 재미를 보기 어려워졌다.

두번째는 경영 경험이다. 음료사업으로 사세를 키운 두산 경영진들이 발전설비.선박용엔진 제조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민영화 반대를 외쳐온 한중 노조와 화합하는 것도 숙제 가운데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중이 정부 지원 아래 '땅 짚고 헤엄치는 경영' 을 해왔지만 이제 환경이 바뀌고 있다" 면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공기업 체질에 젖어있던 경영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두산이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고 말했다.

◇ 한국중공업은〓62년 설립된 현대양행이 모태로 화력.원자력 등 각종 발전설비와 산업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는 회사.

80년 산업은행.한전.외환은행 등 정부투자기관의 주식 인수로 공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발전설비 부문의 빅딜로 현대와 삼성의 사업을 인수해 이 분야를 독점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제휴 및 지분참여 계약을 체결했으며, 제너럴일렉트릭(GE)과는 기술이전.자본합작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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