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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장세 지속…변수 무시하고 ‘需給’만 살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세가 극도의 혼미 상태를 보일 때는 다른 변수는 무시하고 수급만 고려하여 판단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수급 상태를 고려했을 경우 증시는 500P를 바닥으로 한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증시는 현재 우리 증시 상태의 취약성을 보여준 한 주였다. 대우차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 합의, LG의 외자유치 성사, 현대 사태의 빠른 안정, 연기금 매수 확대 및 근로자 주식저축 도입 등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의 불안정과 550P대에 걸쳐 있는 매물에 대한 부담으로 자생력을 잃어버리고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내부 수급이 취약한 상태에서 외부 변수인 나스닥, 특히 반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 변동에 우리 시장이 그대로 연동되는 양상이었다.

종합주가지수 500P가 바닥권임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나 현재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는 매우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이는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회사채간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으며 투자 적격 등급 이하의 회사채는 발행 실적이 전무할 정도다. 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시중자금을 은행권으로 유입시켜 실세 총예금은 11월 들어서만도 23일까지 8조원 가량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 무리인지 모른다.

현재 주식시장의 수급은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고객 예탁금 상태를 살펴보자. 비록 이 지표가 후행적이라고는 하나 주식 시장의 자금 상태를 판단하기에는 매우 유용한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고객 예탁금은 11월 23일 심리적인 지지선이라고 여겨졌던 7조원 대 마저 붕괴시킨 모습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유일한 매수 주체로 여겨졌던 외국인들도 순매도로 기조가 변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나 매수 탄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는 국내시장의 수요가 취약한 상태에서 그나마 시장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했는데 8월을 고비로 순매수 금액이 대폭 줄어들자 지수는 곧 바로 탄력을 잃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국내 수급 상황이 불안하다는 입증이다.

장세가 극도의 혼미 상태를 보일 때는 다른 변수는 무시하고 수급만 고려하여 판단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수급 상태를 고려했을 경우 증시는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좀 더 큰 시각으로는 지난 10월부터 이어온 바닥 다지기의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수급 상황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둔화될 때마다 지수는 한 단계씩 LEVEL DOWN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미국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인들이 기술주에 대한 매도에 나선다면 특별한 매수 주체가 없는 시장의 상황으로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강한 지지력을 보여준 500P가 다시 지지되는 모습을 보이면 이 지수대에 대한 믿음으로 저점을 점차 높이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미국증시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시장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현 상태가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수급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주 매도 세력이었던 투신권의 매도세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급을 누르고 있던 주 매도 세력 위축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매수의 여력이 늘어간다고는 볼 수 없다. 현 우리 시장의 추세 반전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은행권으로만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해소되어 국내 수급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미국시장의 안정으로 외국인들의 매수세 유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포닉스=박민수 씽크풀 조사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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