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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들의 천기누설…수퍼리치들 요즘 관심사는 OO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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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돈 걱정을 할까. 답은 당연히 ‘예스’다. 다만 보통 사람처럼 “어떻게 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지킬까”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수퍼리치’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요즘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또 이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금융상품은 무엇인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프라이빗 뱅커(PB) 7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수퍼리치’ 자산관리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른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빌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각 금융회사 PB센터장들로, 모두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지금 수퍼리치는’ 코너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건물에서 일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7개 금융회사 센터장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건 좌담회를 한 이날(16일)이 처음이었다. “수퍼리치들의 요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들은 “세금”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올해부터 소득(과세표준) 3억원이 넘으면 38%의 세율(주민세 포함 41.8%)을 적용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시행되고 부동산 관련 세제가 바뀌면서 최대 관심사가 투자에서 세금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들의 좌담 내용.

1 유직열 삼성증권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2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 센터장(상무) 3 문용주 신한은행 스타타워센터 센터장 4 김영규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강남스타PB센터 김영규 수석센터장 5 김종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남 1센터 센터장 6 성열기 삼성생명패밀리오피스 센터장 7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 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상무)

 -수퍼리치들 가장 큰 관심사가 뭔가.

 “단연 세금이다.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부자 증세 논란, 답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했다. 과거보다 고객들이 훨씬 적극적이었다. 참석자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질문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많이 나왔다. 요즘은 세금 얘기만 나오면 반응이 뜨겁다.”(한국투자증권 조재홍 V 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상무).

 “그렇다. 정치권에서 부자 증세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절세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아예 다시 짜려는 고객이 많다.” (신한은행 스타타워센터 문용주 센터장)

 “최고 소득세율 과표 구간을 현재의 3억원에서 더 내려서 확대하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불안해하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성열기 센터장)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예산을 늘리겠다는 게 총선 공약이다 보니 결국 수퍼리치를 타깃으로 한 증세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경제정의를 내세워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드는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 수퍼리치들의 맘이 바빠졌다. 최근 즉시연금보험의 선풍적 인기는 비과세 한도가 줄거나 아예 혜택이 폐기되기 전에 빨리 들어놓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거다.”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강남스타PB센터 김영규 수석센터장)

 “절세할 수 있는 대표 상품이 결국 보험과 증권인데, 즉시연금의 경우 1인당 가입금액 제한 등이 생길지 몰라 선제적으로 들고 있다.”(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 변주열 센터장·상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퍼리치들이 목표수익률을 많이 낮췄나.

 “상장주식 양도세는 비과세이기 때문에 절세에 가장 좋은 상품은 주식이다. 그런데 최근 시황이 안 좋아지면서 한때 높은 수익률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랩 등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좋을 때 랩으로 연 20~30% 수익은 쉽게 나니까 눈높이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연 7~10%면 만족한다. 이렇게 목표수익률을 낮추다 보니 수익률 1~2%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래서 세금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시장에서 먹을 게 없으니까.” (삼성증권 강남파이낸스센터 유직열 지점장)

 “물론 고객마다 성향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개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두 배 정도 수익률, 그러니까 연 7~10%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남 1센터 김종설 센터장)

 -시장이 횡보하면서 주식형 펀드 인기가 시들해지고 주가연계증권(ELS) 인기가 치솟고 있다. 부자들도 ELS에 관심이 많은가.

 “공모보다는 주로 사모 ELS다. 3억원만 돼도 단독 사모 ELS로 설정이 가능하다. 기초자산, 만기기간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데 수수료는 공모형보다 오히려 적다.” (삼성증권 유 지점장)

 “공모 ELS는 만기 때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인이 만든 단독 사모 ELS는 최악의 경우 만기를 연장하면 된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올라가기 때문에 손해보는 경우가 별로 없다.” (미래 변 상무)

 “난 생각이 좀 다르다. 거액 자산가들은 사실 ELS엔 큰 관심이 없다. 확실하지 않으면 안 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원금보장형이 아니면 수퍼리치에게 ELS를 팔기가 만만치 않다.”(국민 김 센터장)

 “세금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ELS는 수익이 과표로 100% 잡힌다. 세금 측면에서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크게 주목받을 수 없는 이유다.”(한투 조 상무)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관심이 많나.

 “ELS로 세금 40%를 맞느니 차라리 양도소득세 22%만 내도 되는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투 조 상무)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펀드를 찾는 고객이 있다. 이것 역시 세금과 연결돼 있다. 급락장이 오면 설정액 5억~10억원짜리 펀드를 자녀에게 상속하겠다는 고객이 꽤 많다. 상속하는 금액이 적어져 세금은 적게 내지만 언젠가 펀드는 오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미래 변 상무)

 “브라질국채나 물가연동채 등 분리과세로 절세할 수 있는 각종 채권들이다.” (삼성증권 유 지점장)

 “요즘 같은 저금리에 누가 은행 정기예금을 들까 싶지만 상당수의 수퍼리치들은 금융자산의 일정부분은 꼭 정기예금으로 구성한다.” (신한 문 센터장)

 “아직 확실하게 자리는 못 잡았지만 헤지펀드가 조만간 자산관리 대표상품이 될 것이다.”(우투 김 센터장)

 “개별상품보다 증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삼성생명 성 센터장)

 -최근 수퍼리치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상품은 무엇이었나.

 “에버랜드 주식이었다. 금융자산 100억원이 있는 자산가라면 10억원쯤 들고 가도 괜찮은 좋은 상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업직원 입장에선 선취 1%만 받고 5년간 아무 수익이 없으니까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다. 예컨대 판매사에 당장 떨어지는 것도 많고 매년 수익이 나는 즉시연금에 비해 판매사 메리트가 적다 보니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객을 위해서라면 권했어야 하는 상품이라 아쉽다.”(한투 조 상무)

글=안혜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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