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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고단한 역사 딛고 치유의 공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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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용산공원의 주요 길목에는 ‘오작교’를 형상화한 다리(아래)가 세워진다. 조경 설계는 연꽃 연못(위) 등 자연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면적은 243만㎡이다. [사진 국토해양부]

상실의 땅이었던 용산 미군기지가 치유의 공원으로 거듭난다. 국토해양부는 23일 서울 용산공원 설계 공모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The Future Park)’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적 조경회사인 네덜란드 웨스트8과 국내 유명 건축가인 승효상 대표가 이끄는 이로재가 함께 만든 컨소시엄의 작품이다.

 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면적은 243만㎡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263만㎡)보다 조금 작지만 뚝섬 일대를 공원화한 서울 숲(116만㎡)의 두 배 크기다. 미군 시설은 평택으로 이전하지만 미 대사관과 드래곤힐호텔 등 일부는 공원 북쪽에 남게 된다. 이태원 쪽의 유엔사·수송부 부지 등은 복합 시설 지구로 개발된다. 공원 조성 공사는 2017년 시작돼 2020년 온전한 형태의 공원으로 시민을 맞게 된다. 총사업비는 1조2000억원이다.

  웨스트8·이로재 컨소시엄은 용산 기지의 아픈 역사를 싹쓸이해 버리는 대신 남겨서 느끼고, 새기는 방식의 치유를 선택했다. 용산은 조선 말 일본인 거주지로 사용되기 시작해 일제 때는 일본 병영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 기지로 사용됐다. 일제 병영·감옥과 일부 미군 시설은 역사성을 살려 보존한다. 헐리는 건물의 주요 지점에는 작은 표석을 남겨 어떤 형태의 건물이 있었던 자리인지를 알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남산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이 복원되고, 공원 곳곳에 실개천이 만들어진다. 한강대로 등 큰길이 인접한 지역 특성을 감안해 공원으로 들어가는 주요 길목에는 까치 문양이 새겨진 ‘오작교’가 건설된다.

 국내외 유명 조경·건축가로 구성된 8개 팀이 참여한 공모 경쟁도 치열했다. 1등을 한 웨스트8과 이로재 컨소시엄은 앞으로 45억원 규모의 공원 기본설계를 맡게 된다. 기본 설계는 당선작을 바탕으로 하되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만들 계획이다. 런던 올림픽파크 설계를 한 미국의 유명 조경가 제임스 코너와 삼성에버랜드의 컨소시엄은 3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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