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내년 NL서부는 최대의 격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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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튼의 쿠어스필드行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심상치 않다.

내년 시즌 콜로라도의 전력이 상당하다. 올시즌 선발투수진의 난조와 주포 래리 워커의 부상으로 시즌 후반 추락하며 5할대 승률의 유지(82승 80패, 지구4위)에 만족해야 했던 콜로라도가 FA영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달라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같은 지구팀들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다저스가 FA영입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애리조나는 구단재정이 여의치 않아 기대조차 걸기 힘든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엘리스 벅스를 내보내고 아직 잠잠하다.

이런 가운데 콜로라도는 치밀한 각본 아래 새로운 선수들를 끌어들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햄튼과 맺은 계약조건도 예상외로 파격적인 수준이다. 총액 1억2천1백만달러에 8년계약은 현역선수 최장계약이며 액수에서도 케빈 브라운의 1억5백만달러를 뛰어 넘는다.

작년 시즌 아스타시오를 제외하고 제 역할을 다해 준 선발투수가 없었던 콜로라도측에서는 제대로된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햄튼이 가세한 콜로라도의 투수진은 어느 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선발투수진을 제외한 불펜은 오히려 더 탄탄하다. 올시즌 변변한 선발투수가 부재속에서도 82승 80패라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불펜의 뒷받침이 컸다.

카디널스에서 이적한 호세 히메네스는 마무리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해줬고, 게이브 화이트, 마이크 드진, 마이크 마어어스 등의 허리진도 예상 밖의 선전을 보여줬다.

콜로라도는 몇 년 전부터 주력거포선수들을 대거 내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짜임새 있는 공격진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네이피 페레즈, 후안 피에르 등 유망주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보강된 왼손 4인방 선발진(햄튼-보해넌-네이글-말론)은 내년시즌 '큰 일'을 벌리기에 충분하고, 노장과 신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공격진은 기동력과 팀플레이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 래리 워커가 가세한 중심타선(래리 워커-토드 헬튼-제프 시릴로)은 정확성있고, 힘도 느껴진다.

그러나 콜로라도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파워히터 영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런 계획 마저도 성사된다면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성적표는 단연 콜로라도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쩌면 내년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전력상 다소 뒤쳐지는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나머지 4팀이 치열하게 다투는 흡사 '전쟁터'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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