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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한국마라톤에 용병이 온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마라톤에 용병시대가 열린다.

삼성전자 육상단(단장 장형옥)은 내년 초까지 케냐,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 남자장거리 유망주 2명을 영입키로 하고 현재 삼성재팬과 일본육상경기연맹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상선수를 물색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외국인선수의 국내 수입은 축구, 농구, 야구 등 프로종목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육상같은 순수 아마추어종목에서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이봉주를 초청, 격려한 자리에서 오인환 코치로부터 용병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돕겠다는 뜻을 밝혔고 대한육상경기연맹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에는 `월드와이드'를 표방하는 회사의 방침이 고려됐지만 이보다 동반 훈련을 통한 국내 마라토너의 스피드 보강 등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한때 경제난과 국민정서를 들어 외국인선수 영입에 주저했으나 마라톤 용병의 몸값이 국내 프로야구의 상한선(20만달러)에 비해 훨씬 적은 2만-3만달러로 낮은 점을 감안, 훈련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재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실업 육상팀만 369개에 이르는 이웃 일본이 용병제도에 힘입어 다카하시의 시드니올림픽 여자부 우승과 이누부시, 후지타의 남자부 2시간6분대 진입 등 케냐에 버금가는 마라톤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분석도 고려됐다.

일본의 경우 올해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낸 에릭 와이나이나와 시드니올림픽 여자부 4위 에스더 완지루(이상 케냐) 등 국제무대에 통하는 정상급 선수만 33명(남19.여14)이 활약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케냐, 에티오피아, 중국, 캐나다 등 다양하며 와이나이나 같은 특A급 선수의 연봉은 최고 7만달러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2만5천달러 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사카이 일본육상연맹 이사 겸 후쿠오카육상연맹 부회장 등의 도움을 받아 최근 영입대상 선정작업을 사실상 끝내고 낙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이 일본육련 이사는 지난 3일 후쿠오카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의 유명대회에서 대개 용병들이 상위권을 독식해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국내선수들이 이에 자극받아 더욱 열심히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마라톤은 야구, 축구처럼 성적을 내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용병을 훈련 파트너로 활용할 생각"이라며 "한국마라톤을 한단계 끌어올릴 도우미로 봐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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