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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의자·서랍 …'우리 곁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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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장 프루베의 1934년 작 ‘의자’.

천장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등의 모양새가 가뭇한 젖꼭지를 닮았다. 서랍을 열면 또 서랍이 나오고 밀면 다시 서랍이 나타나는 요술 같은 장도 한 쪽에 놓였다. 서울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서미 앤 투스’(02-511-7305)는 화랑이 아니라 잘 꾸민 친구집 같다. 1층부터 4층까지 오밀조밀 공간을 차지한 각종 살림살이와 사진, 장신구와 공예품이 눈요기만으로도 즐겁다. 개관기념전으로 마련한 ‘20세기 모더니즘;가구’는 생활을 파고든 미술전을 보여준다.

홍송원 '서미 앤 투스' 대표는 "낡고 관습적인 미술의 울타리가 갑갑하다면 스스로 새로운 미술을 찾아 자신의 안목으로 수집하라"고 조언했다. 그림이나 조각만이 미술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집에 놓고 쓰던 세간도 예술성만 뛰어나면 좋은 소장품이 될 수 있다. 비싼 그림 사느니 돈이 덜 드는 예술 가구에 투자해 집에 두고 쓰다가 물려주면 그게 좋은 유산이라는 설명이다.

외국 유명 작가 전시를 주로 기획하던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5-8449)도 가구에 눈을 돌렸다. 31일까지 20세기 프랑스 디자인을 이끈 장 프루베.세르주 무이.샬로트 페리앙.르 꼬르뷔지에.죠르주 주브의 가구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의자를 집에 비유했던 장 프루베는 나무와 철을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왼쪽부터 삼국사기 토기 고려 청자 사발, 조선 분청 사발, 조선 관요 사발, 조선 민요 사발

미술품을 낳은 생산지를 전시장으로 삼는 생활 속의 미술도 늘어나고 있다. 이화여대박물관(관장 윤난지)이 4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전남 영암군 서구림리 영암도기문화센터(061-470-2566)에서 여는 '황금보다 귀한 보물, 사발'전이 한 예다.

동아시아 해상교역의 중심인 황해를 따라 흘러온 한국.중국.일본의 사발 400여 점을 옛 집산지였던 영암에 집결시켰다. 한국인의 삶에서 다양하게 쓰인 사발을 재발견하는 뜻도 담았다.

나선화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장은 "예술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사발 문화를 제작 현장에서 재조명해 되살리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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