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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업적은 학문간 융합에서 나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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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벨상 수상자 페터 그륀베르크 교수(왼쪽)와 루이스 이그내로 교수. [강정현 기자]

“어린 시절부터 항상 무엇인가 궁금한 것의 답을 얻기 전까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과학자의 길을 걸었고, 노벨상도 탔다.”

 18일 서울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주최로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 젊은 과학자들의 만남’에서 미국 UCLA 루이스 이그내로(71·199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교수는 노벨상 수상의 비결로 ‘호기심’을 꼽았다. 이날 행사엔 이그내로 교수와 함께 독일 쾰른대 페터 그륀베르크(73·200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교수,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참여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진현(41·2012년 홍진기창조인상 수상 예정자) 박사,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안종현(40) 교수, 포스텍 이상현(39) 연구교수 등 3명의 젊은 과학자가 대화자로 나섰다. 200여 명이 들어가는 행사장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통로까지 가득 메우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방청석에서 한양대 2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이 그륀베르크 교수에게 물었다. “박사님이 발견한 거대 자기 저항 센서로 고교 시절 미네랄을 검출하는 실험을 했다”며 그 센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륀베르크 교수는 “거대 자기 저항 센서보다 감도가 더 좋은 게 많다”며 다른 것도 적용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항상 연구하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그내로 교수는 “부모가 공교육을 받지 못한 이민자로 면학 환경이 좋지는 않았지만 고교 시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싫어하는 과목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독보적 연구 성과를 내려면 화학과 생물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신도 의학·화학·생물학을 공부한 것이 연구력을 높인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유전자 치료법과 줄기세포 분야 등에서 획기적인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륀베르크 교수는 “수전증을 앓고 있는데 음성인식기술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며 “젊은 과학자들의 육성이 필요하고, 여러 학문에 걸친 융합이 훌륭한 업적을 내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종현 교수는 “노벨상이 목표는 되지 않지만 한 국가의 기초과학의 척도”라며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이그내로 교수는 “지원은 하되 특정 연구 방향까지 잡아주는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현 박사도 “과학자들의 창의력을 진작하기 위해서는 연구비와 연구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이스 이그내로 교수=산화질소가 혈관 확장과 혈액 흐름 조절에 관여해 심혈관질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비아그라 개발의 단초가 됐다. 건국대 초빙 교수다.

◆페터 그륀베르크 교수=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거대 자성 물질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초빙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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