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주 재실사후 삼성차 빚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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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정부가 생명보험사 기업공개 방안 발표 후 13년을 끌어온 생명보험사 상장이 다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과 연계된 삼성자동차 처리에도 빨간 불이 켜지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무기연기 왜 나왔나〓주주와 계약자 몫을 현행법상 적절히 나눌 방법이 없어 정부 주도의 상장안 마련을 포기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정부는 주주의 대폭 양보없이는 생보사 상장의 핵심 쟁점인 주식을 공개하면서 발생하는 방대한 상장차익을 나누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교보생명의 상장후 주가를 회사측 주장대로 각각 70만원.30만원으로 보면 예상 시가총액은 삼성 14조원, 교보 4조1천1백60억원 등 18조1천1백60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액면가(주당 5천원) 1천6백억원을 빼고 18조원의 상장차익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교보측은 생보사가 법적으로 주식회사인 만큼 상장이득은 원칙적으로 주주몫이란 주장인 반면 정부는 생보사들이 계약자에게 돈을 받아 일종의 계처럼 자산을 운용해 왔으므로 계약자 몫을 최대한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가 상장안 무기연기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상장을 하려면 계약자 몫을 충분히 내놓아라' 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 꼬이는 삼성차 처리〓삼성생명 상장은 삼성자동차 처리와 연계돼 있다.

지난해 삼성차 빚을 처리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가진 주식 3백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총 2조4천5백억원어치로 쳐서 채권단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채권단과 삼성측은 올해중 이를 현금화하기로 약정을 맺었고, 이행이 안되면 ▶이건희 회장이 50만주를 추가 출연하거나▶그래도 부족하면 계열사가 대신 물어주며▶지연 때는 연 19%의 연체이자를 물리도록 했다.

삼성측은 지금까지 연내에 '법과 원칙' 에 따라 주주와 계약자 몫을 정한 상장안이 마련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상장안 무기 연기로 삼성의 해법은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삼성차 처리는 삼성생명 상장을 전제로 한 것" 이라며 "현재로선 2조4천5백억원 전액에 대해 연체이자를 무는 것은 고려치 않고 있으며, 주식가치를 재평가해 부족하면 추가 출연키로 한 50만주 한도내에서 메우든지, 부족분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물 수 있다는 입장" 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참여연대는 지난달 23일 삼성차 손실을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부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지법에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신청' 을 냈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사실상 삼성 계열사를 통한 월 3백88억원의 연체이자 지급이나 손실보전이 불가능해진다.

◇ 급박해진 채권단〓채권단은 우선 담보로 제공된 삼성생명 주식의 재실사를 통해 현재 가치가 얼마인지 따져보기로 했다.

주당 70만원에 미달하면 부족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오는 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상장이 무산된 형편에 원금을 모두 갚으라고 하기는 곤란하고, 현재의 담보가치를 산정한 뒤 일단 부족분에 대해 계열사가 책임지도록 추진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삼성이 참여연대의 소송을 이유로 약정이행을 거부할 경우 우선 19%의 연체이자를 물리는 한편 약정에 공동으로 부채를 분담키로 명시한 삼성전자 등 31개 계열사에 대해 계약이행 소송을 제기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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