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기동부연합은…" 이정희 발언 뒤집은 심상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심상정

통합진보당 심상정(고양 덕양갑) 공동대표는 17일 “경기동부연합으로 지칭되는 당권파가 (총선에서) 주목이 됐던 것은 그만큼 통합진보당 내 힘을 갖고 있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된 것”이라며 “(경기동부연합은)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서다.

 심 대표의 이날 발언은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없다”는 통합진보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것이다. 보좌관의 여론조사 조작이 발각돼 총선 후보에서 물러난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달 “색깔론과 불법 정치공작에 맞서 싸우겠다”며 법적 대응을 거론하기도 했었다. 당시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경기동부연합은 10년 전에 해산 됐다. 이를 거론하는 건 야권 전체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심 대표의 발언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심 대표는 경기동부연합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는 말도 했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핵심 세력이 종북세력이라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다만 심 대표는 “(이들이) 종북(從北), 북한 노동당을 추종하는 세력이다, 이렇게 지칭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에는 권위주의 시절에 맞서서 싸웠던 (경기동부연합 같은) 소극적인 틀, 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이) 어떻게 활동을 가시화하고, 그것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가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지적했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은 심각한 내분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2008년 초, 당시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국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노회찬 당시 의원과 함께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심 대표는 올 총선에서 노회찬(서울 노원병) 통합진보당 대변인과 함께 동반 당선됐다. 통합진보당 당선자 13명 중 서울 관악을의 이상규 당선인 등 상당수가 경기동부연합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통합진보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옛 민노당 계열의 급진 행보에 완급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역할을 심상정·노회찬 당선인이 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