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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사라졌다” 카이스트 학생 또 목숨 끊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한 지 1년 만이다. 17일 오전 5시40분쯤 대전시 유성구 KAIST 기숙사 잔디밭에 이 학교 4학년 김모(23)씨가 숨져 있는 것을 한 학생이 발견했다. 경찰은 기숙사 건물 유리창이 밀폐된 구조인 점으로 미루어 김씨가 15층 높이 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기숙사 4층 자신의 방에서 나와 건물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했다.

 김씨는 투신 전 가족과 룸메이트 앞으로 보내는 메모를 남겼다. 부모에게 보내는 유서에는 “전에는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는데 요즘은 열정이 사라졌다. 엄마, 아빠, 동생 사랑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룸메이트 이모씨에게는 “형 간다. 못 놀아줘서 미안하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메모를 남겼다.

 경찰과 학교에 따르면 2007년 입학한 김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올 2월 복학했다. 이때 진로와 관련해 김씨의 부모는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생각하자. 학업에 충실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룸메이트 이씨는 “평소 졸업 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씨 유족은 경찰에서 “아들 성격이 쾌활했다 ”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달 초 학교 측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도 우울증 증세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성적은 중상위권이다.

 KAIST 측은 이날 오전 서남표 총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팀을 구성,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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