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비디오〉여자 콜렉터

중앙일보

입력

지금 이 코너를 위해 수많은 AV들을 골라오면서 비디오를 고르는 기준을 들자면, 제작사나 감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어떤 여배우가 출현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옛날 같으면 자켓에 나온 여배우의 얼굴을 보고 뭉클하는 마음으로 비디오를 뽑아 갔겠지만 그 배우들이 실제 영화에서 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한 후로는 자켓에 나온 사진보다는 자켓에 적힌 이름들을 기억해 비디오를 골라 보게 된다.

어쨌든 여배우가 누가 출현하는 지는 AV를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남자배우가 누가 나오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소개할 AV는 전적으로 남자배우의 이름을 보고 고른 AV이다.

신영웅.
몇 달 전 거리의 수많은 타블로이드판 신문에서 대서특필된 1000여명에 가까운 여자와 경험이 있다는 AV 배우. 약간의 과장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는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나온 AV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는 AV로서 이번 코너에 가장 적절한 AV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 제목은〈여자 콜렉터〉.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제목이 시사하듯 신영웅의 저돌적인 섹스파티 장으로 안내해 본다.

영화는 '콜렉터'라는 소설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민중(신영웅 분)과 일수라는 두 사내는 여자를 납치 감금해 자신에게 길들여질 때까지 변태적인 섹스를 강요하는 납치 강간범.

하지만 두 사내가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다. 일수는 사진작가로서 예술적 혼을 불태우기 위함이고, 민중은 부조리한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여자를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기 위함이다.

두 사람이 자신의 새로운 목표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어느 날 지연, 정화, 기철이라는 세 남녀가 민중의 목표물이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지연, 정화, 기철은 서로 같은 대학에 다니는 사이로 친구인 지연과 정화와는 다르게 기철은 정화를 짝사랑해서 그녀에게 매달리듯 접근한 인물.

정화에게 향한 사랑이 일방적이게 되자 말까지 더듬는 기철에게 민중이 다가와 정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꼬시고, 기철과 민중은 지연과 정화를 마취한 후 그녀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겁탈한 채, 새로운 희생물로서 납치하게 된다.

여자들을 감금시킨 방에서 민중과 일수, 기철은 하루 하루를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며 살게되고, 스스로 감금된 윤미와 지연, 정화는 포승줄에 변태적으로 억압된 채 욕망의 피조물로서 매일 매일을 희생당하게 된다.

일수가 데리고 온 성예가 또 하나의 희생물이 되면서 감금된 방의 4명의 여자는 억압과 발가벗겨진 채 살아야하는 수치심, 그리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속에서 세 남자가 시키는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일들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본능으로 4명의 여자들은 각자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자들에게 구속되거나 반항한다.

점점 더 변태적으로 변해가는 남자들의 행위를 어쩔 수 없이 따르던 여자들 중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정화의 묘책으로 혼자 남아있던 기철을 꼬셔 탈출하는 듯 하나 친구인 지연과 나머지 여자들을 함께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오다 민중과 일수에게 붙잡혀 탈출은 실패로 돌아간다.

또 다시 악몽의 순간으로 되돌아 간 4명의 여자들. 기철이 민중의 실수로 죽게 되면서 4명의 여자들은 죽음의 운명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러나 또다시 정화의 계략으로 상황은 역전되고, 기철을 죽인 민중이 친구인 일수마저 죽인 것을 알게 된다.

상황은 역전되었으나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나머지 일생 또한 망가질 것이 뻔한 상황을 두려워한 4명의 여자들은 붙잡아 놓은 민중을 경찰에 알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죽이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고민하다 민중을 정신병자로 신고하고는 민중이 폭로하는 사실이 정신병자의 정신착란에서 오는 거짓말이라고 세상에 알린 채 무사히 세상으로 돌아간다.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4명의 여자들. 하지만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것, 정화가 말하는 현재는 암울하기만 하다.

바로 변태적인 섹스에 길들여져 버린 지연이 욕망에 미쳐 그 때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도 그 기억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 마지막 몽타쥬 편집이 이어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탄탄한 내러티브에 가장 지장을 주는 것은 기대했던 민중, 바로 신영웅의 연기이다.
수많은 가쉽들을 냈지만 연기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배우는 아쉽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근육질로 뭉쳐진 몸매와 수려한 외모는 앞으로 성장 가능한 그의 모습을 기대하기 만든다. 신영웅의 매력을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영화는 자체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감각적인 영상시대에 맞춰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빠른 편집과 광각렌즈를 이용한 외곡된 영상이 젊은 감성에 쉽게 접근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면은 섹스 장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던 애무장면이나 하나의 체위만을 고집한 채 롱테이크로 길게 가는 지루한 화면에서 벗어나 약간씩은 편집에서 튀는 장면이 없지 않으나 3초를 넘기지 않는 수많은 사이즈와 앵글의 변화가 엄청난 눈요기를 제공한다.

분위기만을 위해 깨끗하기만 했던 방안 장면도 여러 가지 소품과 장식들을 이용해 묘한 미장센(화면구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변태적인 장면들이 상상의 공간과 함께 사타구니의 공간을 확장시키며 엽기적인 내용이 보는 이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새로운 AV.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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