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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런던 금 해냅니다 … 최고난도 기술 ‘양1’ 있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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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양학선이 13일 태릉선수촌 내 체조경기장에서 도움닫기 후 도마에 손을 짚으며 도약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한국 체조는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을 기대했다. 여홍철(41)·이주형(39)·양태영(32) 등 스타가 끊임없이 배출됐다. 그러나 기대는 번번이 어긋났다. 애틀랜타 올림픽(1996년) 도마에 나선 여홍철이 최고의 기량을 펼쳤음에도 착지에 실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절정은 아테네 올림픽(2004년)이었다. 미국의 폴 햄과 개인종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양태영이 주 종목인 평행봉 연기를 마치는 순간 우승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으로 금메달은 다시 한번 한국을 외면했다. 이를 계기로 채점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빼앗긴 메달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 체조의 ‘올림픽 잔혹사’는 깨질 것인가. 금메달에 목마른 한국 체조계에 다시 한번 희망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도마의 양학선(20·한국체대)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2010년)과 도쿄 세계기계체조선수권(2011년)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르며 대표팀 주축선수로 우뚝 선 양학선은 현재 도마 세계랭킹 4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1위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최강’ 토마 부엘(26·프랑스)을 꺾고 우승한 후 전략 노출과 부상 방지를 위해 국제대회 출전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양학선은 주변의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양학선은 “런던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홍철 선배님의 기술인 ‘여2’(공중에서 두 바퀴 반 회전)를 처음 성공시켰을 때는 너무 기뻤다”며 “하지만 앞으론 도마 하면 여홍철이 아닌 양학선을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체조를 시작한 양학선에게 실패는 익숙지 않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실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양학선은 “고교 때 국내 대회에서 실수로 딱 한 번 우승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는 동안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양학선은 여홍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갖고 있다. 공중에서 세 바퀴를 틀며 회전하는 ‘양1’과 반 바퀴를 더 회전하는 ‘양2’다. 그러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선 양2는 시도하지 않고, 양1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승의 관건인 착지에 좀 더 신경 쓰기 위해서다. 양1은 난도 7.4로 국제체조연맹(FIG)이 공인한 도마 기술 중 가장 어렵다. 양학선은 “‘양1’만 제대로 성공해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말투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양학선의 장점이다. 그는 “나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 안 된다고 생각할 때는 아예 쉬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학선은 “쉬는 시간에는 셔플댄스와 비보잉을 방에서 혼자 연습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우승 후 세리머니로 “만원 관중 앞에 셔플댄스를 추겠다”고 약속도 했다. 대표팀 조성동 감독도 양학선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체조대표팀을 맡았다. 여홍철의 착지 실패를 눈앞에서 지켜본 뒤 밤새 술을 들이켰다. 그래서 다시는 쓴잔을 들지 않기 위해 양학선에게 ‘라이벌을 신경 쓰기보단 자신과의 경쟁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글=정종훈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양학선은 …

■생년월일 : 1992년 12월 6일

■체격 : 1m60㎝·51㎏

■학력 : 광주체고-한국체대(2학년 재학 중)

■주종목 : 도마

■가족관계 : 아버지, 어머니, 형

■취미 : 춤추기, 옷 쇼핑

■주량 : 맥주 3잔

■ 주요 경력 : 광저우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2010년), 도쿄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도마 금메달(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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